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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 대구 재개발사업과 영세민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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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 / 대구 재개발사업과 영세민 죽이기

입력
200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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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언젠가부터 이원론적인 사고가 깊게 깔려있는 것 같다.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 재벌과 빈민 등등. 이런 이원론적 사고틀에서는 강자가 약자를 지배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사회는 분명 ‘더불어 잘사는 사회’ ‘계급이 없는 사회’일 것이다.지금 대구에서는 ‘더불어 잘 사는 사회’로 가는 길과는 거리가 먼 일이 생기고 있다. 바로 대구 중앙지하상가 재개발사업이다.

대구 중앙지하상가는 대구시가 지난 1976년부터 지하공간을 이용해 조성한 상가로 현재는 406개의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대구시가 중앙지하상가를 생존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나 상인들과의 합의 없이 1월 10일 이곳을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상가가 재개발되면 406개점포의 상인가족 3,000여명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물론 시는 ‘합법적 행정절차에 따른 개발’이라는 이유를 들어 상인들의 ‘생존권 위협’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란 인간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지 해치려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하나 납득할 수 없는 점은 대구시가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개최할 때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재개발의 당위성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울올림픽 때 외국손님들에게 가난한 서울의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며, 달동네재개발사업으로 파괴된 상계동을 잊지않고 있다.

당시 상계동 주민들을 비롯한 서울 200여곳의 달동네 세입자들이 아무런 대책없이 몇십년씩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했듯 대구 중앙지하상가 상인들도 그렇게 될 것이다.

대구시에서는 재개발 사업자선정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재개발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세상인들이 한 발 물러나 ‘개발시기를 미뤄달라’고 부탁했지만 그 애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대구시는 오히려“몇몇 시험공부를 덜한 학생들을 위해 시험을 미룰 수 없듯이 재개발 사업도 미룰 수 없다”는 논리만으로 영세상인의 목을 죄고 있다.

중앙지하상가 재개발은 대구시와 영세상인들의 합의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같이 논의하고 토론해 결론을 얻는 것이 ‘더불어 잘사는 사회’의 첫걸음일 것이다. 대구 중앙지하상가는 제 2의 상계동이 돼서는 안된다.

/경북대 신문사 편집장·박성호·경북대 경제통상학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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