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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 전설' 피나 바우쉬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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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 전설' 피나 바우쉬 내한공연

입력
200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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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사에서 피나 바우쉬(60)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골수 팬들은 그의 작품을 보려고 세계 어디든 달려간다. 독일의 이 천재 안무가가 이끄는 부퍼탈 탄츠테아터가 LG 아트센터 개관축제에 초청돼 4~6일 공연한다. 그의 대표작 ‘카네이션’을 갖고 온다. 이 공연은 하나의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무용인들의 관심은 물론이고, 홍콩과 일본에서 예매가 들어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유럽연극상’을 받았을 만큼 연극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연극인들도 이번 공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피나 바우쉬가 왜 그리 대단한가. 그는 ‘춤연극(탄츠테아터)’이라는 새로운 양식을 창조해 20세기 현대무용의 흐름을 바꾼 주역이다. 아직까지 그를 넘어서는 새로운 안무자나 무용 사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의 춤연극은 흔히 상상하듯 어떤 줄거리를 펼치거나 심리 묘사를 하는 게 아니라, 단편적인 상황과 상황을 연결하며 동작에 담긴 이미지를 추구한다. 그래서 ‘이미지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이때 쓰이는 동작은 습관처럼 몸에 밴, 보통 사람들의 극히 일상적인 몸짓이다. 줄거리 없이 다양한 이미지가 너무나 낯익은 동작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관객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투덜댈 수도 있다. 그는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는다. “보고 느낄 것”을 요청할 뿐이다.

이번 작품 ‘카네이션’은 8,000 송이의 인조 카네이션이 무대를 덮고 네 마리의 독일 셰퍼드가 등장한다. 외국에서 이 작품을 본 무용평론가 문애령씨는“지루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람을 확 끄는 매력, 가슴 찡한 게 있다”고 말한다. 그럼,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가. 문애령씨의 조언은 이렇다. “감각 대 감각의 직독직해식으로 보라.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그의 안무 작업은 독특하다. 혼자서 머릿속으로 완성하는 게 아니라, 무용수에게 일정한 화두를 던져 자유롭게 표현하게 한 다음 그것을 보고 맘에 드는 동작을 찾아내 연결해서 작품을 만든다. 부퍼탈 탄츠 테아터는 18개국 30여명의 무용수로 이뤄져 있는데, 1996년 입단한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 김나영이 이번 서울 공연에 참여한다.

피나 바우쉬의 서울 방문은 이번이 두 번 째다.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을 때인 197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봄의 제전’과 ‘일곱 가지 죽을 죄’를 선보였었다. 이번 공연에 앞서 독일문화원에서는 27-31일 피나 바우쉬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또 4월 6일 그와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02)754-9831

■Who?

1940년 독일 졸링겐에서 태어났다. 엣센 폴크방 예술대학,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공부했다. 1962년 귀국해 폴크방 무용단 프리마돈나로 활동하다 1969년 ‘시간의 바람 속으로’를 발표, 쾰른 콩쿠르 1위를 차지하면서 본격적인 안무가의 길로 들어섰다. 1973년부터 부퍼탈 탄츠테아터 예술감독으로 있으면서 대표작 ‘이피게니에 타우리스’ ‘카네이션’‘카페 뮐러’를 비롯해 최신작 ‘유리 청소부’까지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 부퍼탈은 순전히 피나 바우쉬란 이름 만으로 세계적인 도시가 됐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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