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이 시대 젊음을 표현해 내는 데는 새로운 은유가 필요했다. 사이버와 재즈. 꿈은 사이버 세계의 환상, 이 시대 청춘의 풍경을 그리는 데는 재즈가 제 격이다.점증해 가는 삶의 불연속성과 즉흥성을 단편적 풍경으로 나타낸 극단 오늘의 ‘봄날의 재즈 딸기’, 요즘 청소년들의 세태를 컴퓨터의 어법으로 치환시킨 극단 예공의 ‘왕따 바이러스’.
전혀 문맥이 닿지 않는 부조리한 상황의 나열, ‘봄날의 재즈딸기’. 출연자들이 통닭을 두고 딸기다, 아니다 하고 심각히 논쟁을 벌인다(‘딸기를 닮은 음식’). 히틀러의 발호, 소비에트 해체 등 세계적인 사건은 개인의 상황하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카츄샤 투 더 문’), 난해한 컴퓨터 용어가 범람하지만 사람들은 바보가 돼 간다(‘클릭 포 유어 아이즈’)…. ‘오늘날의 세계는 일관되는 인물이나 구조로 설명될 수 없다’는 이씨의 시대 인식이 만들어 내는 모두 10개의 단편들이 1시간 10분 동안 벌어진다.
줄거리도, 상황들을 일관하는 법칙도 없다. 작·연출자 이수인씨는 “아무런 상관 없어 보이는 앞장면과 뒷장면은 이미지나 은유로 연결돼 있다”며 “우리 시대 삶의 불연속성, 즉흥성을 연극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재즈의 논리라는 것.
‘You Are So Beautiful To Me’ 등 팝송과 비제의 ‘하바네라’ 등 귀에 익은 갖가지 장르의 노래들이 등장해 탈논리의 무대에 깔린다. 4월 1~30일까지 오늘·한강·마녀. 월·수·목 오후 7시 30분, 금·토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일 오후 3시 6시, 화 쉼. (02)762_0010
‘왕따 바이러스’는 왕따 문제를 가상 공간과 실제 공간을 넘나들며 풀어 헤친다. 현재의 인기 컴퓨터 게임 ‘레인보우 식스’를 패러디한 가상 공간과, 학교를 넘나드는 독특한 전개 방식이 눈에 띈다.
왕따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터넷 채팅 친구와 자살을 모의하던 세 아이가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다시 현실로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다. 시종일관 철저히 컴퓨터의 어법을 따르고 있다. 다시 현실로 나오는 방식 역시 ‘컴퓨터적’이다. 인터넷상에서의 채팅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던 주인공들이 “우리, 친구하자”며 의기 투합, 하드 디스크를 포맷함으로써 사이버 세계와 결별한다는 설정이다.
사이버 세계에서 현실로 전자 신호를 발송할 때 비디오에서 나오는 특수 형광 조명, 싸움 장면에서의 포그 등 시각 효과가 함께 한다. 기계적인 음성, 테크노 발라드 풍의 주제곡 등은 음향실 38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것.
극단 예공은 지난해 6월 대학로에서의 ‘나이팅게일이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 까닭’으로 주목 받고 있는 창단 1년을 막 넘긴 집단. 인터넷상의 ‘문화광장 대학로(www.daehakro.co.kr)’ ‘OK 티킷(www.okticket.co.kr)’ 등지를 통해 홍보 작업중이다. 사이버 세계 등 청소년 문제를 그들의 어법으로 연극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문원 작·연출, 이장원 유명곤 등 출연. 4월 16일까지 학전 그린, 월-금 오후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7시 30분. (02)3442-6042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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