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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락하고 폭등하고 내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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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락하고 폭등하고 내버리고…

입력
200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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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값은 미스터리다. 소 값은 떨어지는데도 소비자들이 사는 쇠고기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달걀 값은 1년전에 비해 절반인 개당 50원 안팎으로 폭락했으며, 제주도에는 재배농가들이 버린 감귤이 곳곳에서 썩고 있다. 한편에서는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싼 중국산 배추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우리 농축산업·농정의 현 주소를 말해주고 있는 현상들이다. 소 값 하락은 시장은 전면 개방되지만 뚜렷한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따른 투매 때문이고, 쇠고기 가격 상승은 유통업체의 폭리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양계업자들의 초과 공급은 달걀 값 폭락을 가져왔고, 감귤은 생산량이 증가한데다 값이 낮아진 수입 오렌지가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3월엔 전혀 없었던 중국산 배추 수입은 올들어 배추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뛰자 벌써 700톤을 넘어서고 있다.

이같은 현상들은 시장 전면 개방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안 마련, 과학적인 수급 예측, 유통구조 개선 등이 우리 농정에 있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대응은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단선적인 경우가 많았다. 농축산물 파동이 일어나면 출하량을 조절하고, 각종 자금을 앞당기거나 증액해서 지원하며, 관계 당국과 협조해 집중 단속하는 등의 단기 대책에 주로 의존해 왔다. 하지만 그것도 때를 놓쳐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부는 그동안 파동이 일 때마다 유통업자들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이들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유통구조개선을 수없이 강조해 왔지만, 유통업자들의 농간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 파동 때마다 명백한 책임 규명없이 자금 등을 지원, 정부가 농축산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 측면도 있었다. 이제는 일시적 나눠주기식 지원에서 근본적인 구조개선 등에 집중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농정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다. 1차 산업 종사자들은 산업의 특성상 수급 예측과 생산관리가 무척 어렵다. 때문에 당국에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으나 그동안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오죽했으면 “당국에서 권유·지시하는 것과 반대로 하면 된다”라는 말이 나돌았겠는가. 특히 농축산물 전면 개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당국과 생산자간의 신뢰회복은 필수적이다. 이번 감귤 파동 등에서 보듯 소비자들에게 언제까지나 애국심을 강조할 수는 없고, 또 먹혀들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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