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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중 / KBS 새주말극 '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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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중 / KBS 새주말극 '꼭지'

입력
200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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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사랑하세요’ 후속으로 방송되는 KBS2 새 주말연속극 ‘꼭지’(극본 이경희·연출 정성효) 촬영이 한창인 충남 아산시 둔포면 둔포리. ‘아담다방’ ‘평택완구점’ ‘경기상회’ 등 조촐한 간판을 단 퇴색한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은 거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탁 터인 농토가 펼쳐지는 이곳은 성장과정이 멈춰버린, 그래서 70년대란 시간 속에 잠겨버린 곳이란 느낌을 들게 한다.마찬가지로, 드라마도 1970년대란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해방 전후의 기억과 근대화로의 성장이 교차하는 점이지대에서 ‘송만호 가족’이 밟아가는 여정이 경기 평택을 무대로 해서 펼쳐지는 드라마 ‘꼭지’. 제작진은 촬영장소를 물색하다 70년대 고속성장 과정에서 평택과 아산 사이에 끼여 개발이 뒤쳐진 이 곳 둔포를 촬영 적지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감도는 17일 오후. 취재진과 보기 드문 구경거리에 몰려 든 주민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제작진은 촬영에 진땀을 빼고 있다. 정성효 PD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오토바이와 주민들을 간신히 통제하고 큐 사인을 보내자 이날 촬영분이 시작됐다.

“아침부터 사람 놀라게 해 놓고, 재워줘서 고맙다는 말도 없이 토끼고…. 아가씨, 보기보다 영 싸가지 없네.” 출산으로 1년 반 만에 드라마에 복귀해‘아담다방’ 마담 상란 역을 맡은 박지영의 입담이 걸쭉하다.

제주도에서 갓 상경한 제주 처녀 정희(예지원)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경찰관 복장을 한 현태(이종원)를 쳐다본다. 현태가 고맙다고 말씀드리라고 하자 간신히 “고맙수다”라며 입을 뗀다. 겉모습은 어엿한 20대의 처녀지만 정신 연령은 8세 수준인 정희. 길을 잃고 헤매다 현태가 그를 발견해 상란집에 재워줬다. 정희가 아침에 말도 않고 집을 나가 다시 현태가 찾아서 데려다 주는 장면이었다.

부모를 잃고 외갓집에 입양된 꼭지(김희정)라는 아홉살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외할아버지 송만호와 아들 삼형제의 인생역정을 들여다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꼭지’에 대해 출연진 모두 대본 자랑이 대단하다.

일제 강점, 제주 4·3 사태 등 격변하는 해방전후사 속에서 받은 상처를 안고 사는 송만호(박근형)와 부모님의 소원과 장남이란 위치에 짓눌린 채 사는 장남 준태(조민기),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야심에 불타는 둘째 아들 현태, 방탕아 명태(원빈) 등 각각 하나씩의 상처와 꿈을 품고 사는 등장인물의 면면이 대본에서부터 예사롭지 않다. 이 밖에 현태를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교사 지연 역에 박상아, 명태의 첫사랑 지혜 역에 이요원 등이 출연한다.

정PD는 “고단했던 옛 시절을 돌아봄으로써, 과거 시대를 외면하고 앞만 보며 가는 신세대들과 우리 사회의 주춧돌이었던 지난 시대 사람들이 함께 손잡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산=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만남] KBS '꼭지' 정희역의 예지원

17일 분홍색 스웨터에 파란 청치마를 입고 촬영현장에 나타난 예지원(25)을 처음 봤을 때 얼핏 엑스트라 같았다. 그녀는 사람들 속에 묻혀있었다. 깎은 듯한 얼굴, 쭉 뻗은 다리를 자랑하는 요즘 신인 탤런트와는 분명 달랐다.

무명의 신인에다 금방 띄지 않는 생김새 때문에 제작진도 한편으로 걱정이 많았던 모양이다. 처음에 “저 아이로 될까?”싶었다고 정성효 PD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런데, 그 솔직함의 내심은 딴 데 있었나 보다. 몇번 촬영을 해보니, 사람을 묘하게 빨아들이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그 매력은 ‘꼭지’의 ‘정희’와 닮았다는 것이다.

그 때문이었을까. 얼굴을 익힐 만큼 시간이 지나자 사뭇 다른 느낌이 다가왔다. 차분하고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단아한 고전적인 여인상을 떠올리게 했고, 쑥스럽게 미소 짓는 모습은 아이 같은 천진함마저 풍겼다. 이런 복합적인 느낌은 정 PD 말대로, 도드라진 것이 아니라 은근했다.

‘꼭지’의 ‘정희’도 그런 인물이다. 22세의 제주 처녀지만 정신연령이 8세에 멈춰버린 어린아이. 어른 세계의 탐욕과 거짓을 모르는 안타까울 만큼 천진난만한 그는 묘하게 사람을 끈다. ‘순수함의 원형질’로서 ‘꼭지’ 속 인물들의 희망의 원천이자, 과거와 현재를 화해시키는 매개체가 되는 인물이다.

사뿐사뿐 걷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더니, 연극무대를 한동안 누볐다고 한다. 1994년 서울예전 방송연예과를 졸업한 뒤, 극단 ‘성좌’에 입단, ‘불지른 남자’ 등의 연극에 출연했고, 지난해 영화 ‘아나키스트’에서 한일 혼혈아인 가네코 역에 캐스팅돼 이달 초 상하이(上海) 현지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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