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건물주들의 횡포로 벤처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서울 강남의 테헤란로는 벤처업체들이 집중 포진하면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 덕분에 주가가 높아진 건물주들이 최근 건물 임대료를 비롯해 각종 조건을 붙여 벤처업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임대료.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테헤란로 사무실을 구하던 벤처업체 I사와 S사는 평당 600만원을 호가하는 임대료에 두 손을 들고 물러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곳의 임대료는 350만원선이었다.
결국 두 업체는 테헤란로에서 한 발 비켜난 방배동과 도곡동에 사무실을 얻었다. 이곳도 테헤란로의 여파로 임대료가 뛰어 평당 350만원에 계약했다.
건물주들이 마음대로 붙이는 특별조건들도 적지않다. 올해초 테헤란로에 어렵게 사무실을 마련한 N사는 건물주가 옥외간판을 못달게 하고 저녁 7시 이후 출입 금지, 승강기와 화장실 제한사용 등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다음달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나마 인터넷업체들은 나은 편이다. 비인터넷업체들은 아예 입주거부를 당하기도 한다. 옥션, 인티즌, 신비로 등 인터넷업체들이 몰려 있는 K빌딩의 경우 건물주가 이미지관리를 위해 비인터넷업체들과는 계약을 피하고 있다.
심지어 이미 입주한 비인터넷업체들에게도 재계약을 해주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형편이다.
한글과컴퓨터, 네띠앙, 하늘사랑 등이 입주한 H빌딩도 마찬가지. 건물주가 벤처빌딩이라는 이미지관리를 위해 지하에 입주한 상점들을 내보내고 일부 인터넷업체의 사무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했다.
이처럼 임대료가 비싸고 조건이 까다로운데도 벤처업체들이 테헤란로로 몰리는 이유는 유사업체들끼리 모여 있으면 관련 인맥을 넓힐 수도 있고 정보습득이나 제휴 등 사업을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시너지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업체들은 “턱 없이 비싼 임대료와 각종 조건들이 벤처업체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며 “벤처산업을 육성하려면 정부에서 이 지역에 창업보육센터나 값 싼 공동건물을 마련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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