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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물쓰듯'...21C엔 사막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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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물쓰듯'...21C엔 사막국가?

입력
200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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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금수강산에서 물이 마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급수차 앞에 줄을 서고 물배급을 기다릴 날이 멀지 않았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리비아 이집트와 같은 사막국가와 나란히 물부족국가군(群)에 속한다.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이미 1990년에 한국의 1인당 물 사용가능량이 1,472㎥로 떨어졌고, 2025년에는 1,258㎥로 내려가‘물기근국가군’(1,000㎥미만)으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우리의 물위기는 결코 미래의 일이 아니다. 벌써 전국 곳곳에서 겨울철에는 제한급수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 등 동해안 일부지역과 남해안 도서지역에서는 수년째 갈수기에 급수차로 식수를 공급받거나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고 있다. 물부족으로 아파트 건축허가가 나지않자 건설업자들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상수도를 공급받는 비리가 자행되는 지경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가 될 수 없다. 연평균 강수량이 1,274㎜로 세계평균(973㎜)보다 1.3배나 많다. 그러나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평균(2만2,096㎥)의 12.5%(2,755㎥)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물 사용량은 매년 평균 1.2%씩 늘어나는 추세다. 이대로가면 2006년에 연간 부족량이 4억톤을 넘어서고, 2011년에는 20억톤에 이른다. 현재 건설중인 횡성댐 용담댐 등 5개댐을 완공하더라도 2000년대 중반부터는 전국적인 물 부족현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물은 아무 것으로도 대체할 길이 없다. 석유는 대체에너지 개발이 가능하지만 물을 대신할 자원은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1인당 수돗물 급수량은 395ℓ로 독일(132ℓ)보다 3배나 많고 덴마크(246ℓ), 프랑스(281ℓ) 등 선진국을 능가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물낭비가 그야말로 ‘물을 물쓰듯’한다는 반증이다.

댐을 건설하는 물공급 정책대신 범국민적으로 물사용량을 줄이는 수요관리 정책으로 대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경부 심재곤(沈在坤) 상하수도국장은 “댐 건설을 통한 기존의 물공급정책은 자연생태계 파괴와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더이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물 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질관리와 절수운동 등 철저한 수요관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세계 4대강도 마르고 있다

전세계가 목이 타고 있다. 물부족에 시달리는 ‘환경난민’이 2020년에는 1억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지금도 물이 없어 하루 평균 5,000여명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고, 30억명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문명의 발상지 였던 황하와 유프라테스·티그리스강, 인더스와 나일강 등 4대강 유역에서조차 물부족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 산뚱(山東)성에선 황하물이 끊기는 단류현상이 목격되고,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에선 지하수마저 고갈위기다. 인도 뉴델리에선 하루 3시간 제한급수가 1년 내내 실시되고 있고, 나일강 유역 10개국간에는 수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 조짐이다.

‘세계 물의 날’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유네스코(UNESCO)는 전세계적으로 현재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나라는 25개국이며 2025년에는 34개국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물 부족 지역으로는 아프리카, 서아시아지역이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혔으며 중국 서북부와 인도 서남부, 파키스탄, 멕시코 등도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현재 지구 표면에 있는 물의 양은 모두 13억8,600만㎦. 이는 미국 전역을 수심 150㎞ 정도로 채울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이 가운데 인류가 1년동안 사용 가능한 지구상의 물 공급량은 9,000㎦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수자원이 지역적으로 편재돼 있고 인구 증가로 물 사용량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전세계적인 물부족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유네스코가 50개국을 대상으로 1인당 연간 물 이용 가능량을 조사한 결과 1950년 5만68㎥에서 1990년 2만8,662㎥로 줄었으며 2050년에는 2만4,795㎥로 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수자원 행정조성위원회(WWW)는 ‘세계 수자원전망’보고서를 통해 “오늘날 전세계가 맞고 있는 수자원 위기는 물 자체의 부족보다 잘못된 물관리로 인해 수십억명의 인구와 환경이 고통을 겪고 있다”며 “물부족 해결을 위해 각국이 획기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강조했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물의 날'과 낙동강 살리기

3월 22일은 여덟번째 맞는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11월 유엔 총회는 물 문제를 해결하고 전 지구 차원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은 '세계 물의 날'로 선포했다.

올해 주제는 "21세기를 위한 물"이다. 우리나라도 95년부터 정부 차원의 물의 날 행사를 하고 있다.

오늘날 80개국에서 전세계 인구의 40%가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물 위기는 우리에게도 결코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시기·지역적으로 강우가 편중돼 있어 충분한 수자원 확보는 필수적이다.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수요관리 수단으로는 수도요금 인상을 통한 물 절략 유도, 잡용수의 이용과 중수도 시설의 확대, 절수형 용수기긱 보급확대 및 국민의식 전환을 위한 물 절약운동의 강화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달 초순 정부는 물 절약 종합대책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수도요금 누진제 확대와 대형건물의 중수도 의무화등을 통해 2006년까지 연간 수돗물 생산량의 13.5%인 7억 9,000만톤을 절약한다는 계획이다.

물절약과 더불어 공급관리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공급에 부족함이 없도록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 수도관망의 누수문제를 개선, 각종 댐을 연계한 효율적인 운영, 신규 수자원의 개발 등의 여러가지 방안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개발이냐, 보전이냐' 양단간의 결정이 아니라, 좀더 나은 환경을 이루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낙동강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개발과 보전, 양면을 적절히 조화하도록 적극 대처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와 세계적인 기후변화,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른 물 수요 증가, 각종 오·폐수의 증가로 수질오염이 심화돼 물 문제는 점점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강력한 권한과 리더십을 가지고 21세기 통일 한국의 수자원 정책을 이끌어나갈 물관리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심명필 인하대교수

■물가계부 쓰는 대학교수

‘1982년 11월15일 수도사용량 2,300ℓ(비고 : 이사후 베란다물청소)’‘1982년 11월16일 400ℓ’

1982년 이후 18년째 매일 수도사용량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 한양대 신응배(申應培·61·토목환경공학과)교수와 부인 김경숙씨(金京淑·55)부부는 물절약에 관한 한 ‘자린고비’로 통한다. 매일 수도사용량을 검침해 ‘물 가계부’를 작성해온 신교수 부부는 매월, 매년 평균사용량을 통계내고 그날 과다사용원인을 비고란에 적어둘 정도로 철저하다.

지난해 2월 분당으로 이사온 후에도 물가계부 작성은 빼놓지않았다. 지난해 1년간 하루평균 사용량은 가족(4인) 1인당 234ℓ. 1999년 6월26일 제자들이 인사차 한꺼번에 30명이 몰려오는 바람에 연중 최고치인 500ℓ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평균사용량 395ℓ에 비하면 71.6% 수준이다.

신교수가 수도사용량 기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8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공학실장으로 부임하면서 부터. 당시 국민 1인당 얼마나 물을 사용하는 지 전혀 통계가 없어 신교수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다섯살난 딸에게도 과학적인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 함께 검침을 시작했다.

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교수는 “이사와보니 수돗물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나와 수도관 밸브를 드라이버로 조절했다”며 “얼마나 많은 물을 쓰는 지 알기만 하면 누구나 물절약운동에 동참하게 될 것다”이라고 말했다. 부인 김씨는 “처음에는 남편에게 불평도 했지만 이제 생활의 일부가 돼 평생 물가계부를 쓸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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