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영원한 미지수, 사랑을 예술의 시선으로 풀어 간다.갖가지 사랑 방식에 대한 해부에서 출발해 사랑하는 마음의 여러 상태, 각종 사랑의 언어로 들어가, 사랑의 유형에 대한 분석으로 끝난다. ‘사랑이란 창조적인 동시에 파괴적이고, 아름다우면서 무서운 것’임을 전편에 걸쳐 유명작가들의 그림과 사진, 시(詩)와 함께 화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모든 형태의 진정한 사랑은, 그것이 갈망을 포함하고 있는 한 에로틱하다.’ 인간적 사랑의 본질을 밝힌 서론부의 이같은 관점은 책 전체를 관통한다. 책은 동서고금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저자 특유의 박람강기(博覽强記)함에 힘입어, 한 편의 거대한 ‘사랑 문화사’라 해도 좋다.
그리스 시인 카바피는 이렇게 썼다.
‘육체는 기억한다/ 당신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를/ 당신이 누웠던 침대도/ 당신을 바라보던 눈에서 숨김없이 타오르던 욕망/ 목소리를 떨게 하던 욕망도’
책은 이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동서고금의 문학 작품들을 용케 찾아 내,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의 의미를 탐색해 간다.
널찍한 판형, 고급 아트지, 전면 칼라 인쇄, 정교하고도 시원스런 사진과 도판 등에 힘입어 독서의 즐거움은 배가된다. 판화에서 사진까지,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동서 고금의 각종 그림들은 미술 화보를 보는 듯한 느낌까지 자아 낸다. ‘사랑과 그 의미를 푸는 시각적 열쇠’라는 부제 대로다.
18세기 인도의 연인, 동시대 일본의 연인 모습 등 비슷한 주제의 그림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젊은 부인이 동년배의 청년과 간통하면서, 바로 코앞의 늙은 남편이 쓴 안경을 벗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의 16세기 프랑스 그림(‘깨어진 맹세’편에서) 등 때로는 춘화에 가까운 갖가지 풍속도 펼쳐진다. 구스타프 클림트, 에드바르트 뭉크 등 현대 화가들은 사랑을 소재로 어떤 그림을 남겼을까.
인용 싯구들 가운데, 파블로 네루다의 ‘가장 슬픈 시’는 청춘의 번뇌와 사랑의 아름다운 맹목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내 사랑이 그녀를 붙들 수 없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밤은 산산이 부서지고/ 그녀는 내곁에 없다.’
에밀리 디킨슨이 빠질 수 없다. ‘남자와 여자에게 허용된/ 가장 달콤한 이단은/ 서로에게 귀의하는 것’ 이 책은 사랑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문집도 된다.
최근 부쩍 부각되고 있는 밸런타인 데이에 대해서도 한 장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날엔 물망초 장미 등이 그려진 편지와 카드 등을 주고 받는다고만 언급, 최근 이곳에서 벌어지는 초컬릿 선물 바람은 제과회사의 판촉전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지은이 메건 트레지더는 ‘가디언’ ‘이브닝 스탠더드’ 등 영국 유수의 신문과 잡지를 통해 문명을 날리고 있는 여성 언론인. 번역은 고려대 국제어학원 강사 손성경씨가 했다.
도서출판 문학동네가 펴 오고 있는 ‘비밀 언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으로, ‘상징의 비밀’ ‘꿈의 비밀’ ‘별들의 비밀’을 잇고 있다. 다음으로는 ‘영혼의 비밀’ ‘마음의 비밀’ 등이 속간될 예정이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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