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좀더 두고봐야죠” 4·13 총선에 대한 대전 유권자들의 첫 반응은 예전과 별 차이 없었다.하지만 한번 더 되묻자 그들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에 대한 ‘애증’의 정서를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한밭’의 민심은 물밑에서 요동치고 있음이 분명했다.
◇JP와 이인제위원장 평가
18~19일 이틀동안 만난 대전시민들중에는 JP와 이인제위원장의 처신을 동시에 꼬집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애정이 담긴 비판도 있었지만 다소 예상밖이었다. 동구 중앙시장에서 커튼 제작업을 하는 임익성(林益成·47)씨는 “JP나 이인제씨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JP는 지난해 내각제 유보때 뛰쳐 나왔어야 했다. 이인제씨도 대선 후보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진계섭(陳季燮·45)씨도 “최근 JP나 이인제씨를 비판하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이번엔 사람보고 찍겠다”고 말했다. JP와 이위원장의 충청 대결에 이목이 집중됐기 때문인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해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JP에 대한 주된 비판 논리는 “충청도 길이라도 제대로 넓힌 적이 있나” “야당 한다지만 이제는 못 믿겠다”등이었다. 또 이위원장에 대한 반박 논리는 “신의없이 민주당에 들어가서 자민련을 공격할 자격이 있느냐” “DJ가 대권을 쉽게 넘겨주지 않을텐데 큰 소리만 친다” 등이었다.
하지만 JP는 50-60대층에서, 이위원장은 20-30대층에서 상당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었다. 대학생 마종인(馬宗仁·한남대 3년)씨는 “젊은 세대는 대체로 이인제위원장을 괜찮게 보지만 부모님 세대에서는 ‘그래도 JP’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녹색 바람 여부
식당을 경영하는 정기남(丁起男·44·대덕구)씨는 “지금은 자민련 바람이 별로 없고, 막판에 불더라도 지난 총선때 보다는 못할 것이다. ‘JP가 왜 자꾸 당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48·서구)씨는 “JP에 식상한 사람이 많지만 부동층에선 녹색 이미지를 생각해 자민련을 찍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전모(26·여)씨는 “지역보다는 사람보고 찍겠다. 물론 (지역) 정서에 휩쓸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인제씨의 자민련 공격에 대해선 다소 혼란스럽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택시기사 정모(56)씨는 “뚜껑을 열어보면 자민련 표가 많겠지만 이번엔 자민련이 말뚝만 박아도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임모(39·유성구)씨는 “대전이 지역바람을 없애는 진원지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당수 남성층은 대전 6개 선거구의 출마자를 거명하며 “자민련이 지난번에 7개 선거구에서 싹쓸이를 했지만 이번엔 6곳중 일부는 놓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관측통들은 분분한 지역 여론에 대해 “자민련 공천에서 밀린 3명의 현역의원 조직에서 자민련을 비난하는 것도 중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박모(34)씨는 “지난 번에는 JP가 YS로부터 팽당해 동정심을 자극했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중구에서는 확실히 ‘녹색 바람’을 느낄 수 있었지만 유성·대덕구에서는 “사람보고 찍겠다”는 사람들이 주류였다. 회사원 장모(37·서구)씨는 “현재 JP 바람, 이인제 바람 모두 미풍에 그치고 있다.
막판에 자민련쪽으로 기울어지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대전 민심이 지난 총선처럼 한쪽으로 쏠리는 일은 분명히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전=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전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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