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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여성로커, 박기영-정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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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여성로커, 박기영-정경화

입력
2000.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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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은 남성의 음악이라고? 그렇다면 발라드는 여성 음악일까?록을 하는 여성 가수?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그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10여 년간 여성 로커로, 방송보다는 라이브 무대에서 거친 숨결을 뿜어냈던 정경화, 그녀보다는 훨씬 ‘안락하게’ 여성 로커로 자리를 잡은 박기영. 두 여성 로커가 올 봄 나란히 음반을 냈다. 뚜렷한 변화를 보였다.

■ 당돌한 로커-박기영

_2집 수록곡 ‘시작’이 표절 시비에 올랐었다.

“인트로와 후렴 부분이 조금 같았다. 좀 더 비슷한 것은 편곡이었다. 작곡가인 오석준씨가 가수가 아닌 아티스트를 지향하는 나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가수의 잘못은 아니다.”

_그러나 노래의 최종 전달자는 가수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작곡자가 표절을 하면 가수나 대중이 희생자다.”

박기영은 당당하고 당돌하다. 지나치게 자기 주장이 강하게도 느껴진다. 11개월 만에 나온 3집 앨범 ‘혼잣말’은 자신감의 근거를 짐작케 한다.

“난잡하고 조잡하고 언밸런스하게. 매치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신경을 쓴, 그런 음악이다. 블루스 모던록, 사이키델릭, 포크, 하고 싶은 것은 모두 해보았다. 1960년대와 1990년대의 결합!” 11곡의 앨범 수록곡 모두를 작사 작곡 편곡하고 디렉팅까지 했으니 본인으로선 원이 없을 듯하다. “60% 정도 마음에 들어요. 그 정도면 상당한 거죠.”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좋아해 노래마다 반드시 전면에 부각시켰으나 이것 말고는 노래 전부가 상당히 색깔이 독특하다. 타이틀 ‘블루 스카이’는 가벼운 기타 사운드로 시작되는 경쾌한 모던록. ‘어두운 밤 기나긴 꿈을 따라 널 기다릴 내게로 와/ 너만을 위해서 난 노래해 블루 스카이’같은 단순한 가사와 경쾌한 리듬이 수록곡 중 가장 대중적인 곡이다.

블루스 반주에 실린 차분한 보컬의 매력이 드러나는 ‘어두운 상상’, ‘가가가가 세상에서 네가 제일 잘났냐 다음에 내눈에 또 띄면 그땐 정말 끝이야’하고 소리를 지르며 잘난 척하는 이들에게 (혼잣말로) 엄포를 놓은 얼터너티브 사운드의 ‘혼잣말’, 아이리쉬 그룹 ‘크랜베리스’ 스타일의 기교 넘치는 보컬이 독특한 ‘활강’등에서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보컬 실력을 드러낸다.

귀를 멍하게 만드는 충격적 사운드가 드러나지 않아 아쉽지만 잘 만든 곡에 잘 부른 노래가 어울리는 음반이다. 스타덤에 오를 여성 로커가 될 만하다.

■ 여유있는 로커_정경화

록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록팬을 위한 공연장에 들러본 관객이라면 정경화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쫄깃쫄깃한 오징어를 씹듯 노래말을 자근자근 씹어 내뱉고, 그러다 절정부에 가서는 폭발하는 샤우팅(Shouting·내지르기)으로 사람들의 숨결을 사로잡는 여성 로커 정경화. 2년 만에 3집 앨범 ‘Present’를 갖고 나왔다.

“녹음하는 데만 6개월 정도가 걸렸어요. 라이브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음을 전달하고 싶어서 욕심을 냈죠.”

블루스, 록의 색채가 강했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앨범에는 발라드 속에 록이 녹아들었다. 보컬색도 훨씬 나긋나긋하면서 속삭이듯 다가온다. 타이틀 곡 ‘지상에서 영원으로’(작곡 이태섭·작사 강은경)는 이 세상에서 맺은 사랑의 약속이 영원할 것이라는 내용의 록발라드. ‘만일 내가 그대보다 번저 가 그곳에서 사람들 나를 맞으며/만일 바람처럼 다녀온 세상 어땠냐고 내게 물어온다면’같은 가사. 곡 후반에서 정경화 특유의 리드미컬한 보컬이 제 맛.

‘서글픈 습관’(작사 윤종신 이근호·작곡 윤종신)은 고운 노랫말, 복고풍의 반주, 부드러운 남성 코러스 하림의 음색이 더해져 부드럽다. 신비한 사운드의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할리데이’는 특히 반주에 가볍게 올라 탄 정경화 보컬이 일품. “윤종신씨가 곡을 쓴 ‘서글픈 습관’은 십자수를 놓는 듯 고운 노래라서 걱정부터 됐어요. 반면 ‘지상에서 영원으로’는 작곡가와 호흡이 잘 맞아 내노래다 싶었죠.”

“재즈 가수가 록을 한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는 정경화. 무대 체질인 그녀는 올 5, 6월쯤 공연을 시작으로 다시 무대에서 그녀만의 열정을 발산할 예정이다. 원숙함으로 정열을 조절하는 정경화의 무대가 또다시 기다려진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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