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국정을 통할하는 대통령의 직과 집권 민주당의 총재직을 겸하고 있다. 대통령의 두가지 위상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반적인 관행이다. 이런 연유로 대통령은 선거 때, 특히 여야를 가리는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김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정부의 공명정대한 선거관리를 위해 선거에 초연해야 할 입장이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민주당의 총재이다. 당총재의 입장에서 민주당이 여당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며, 그렇게 되도록 독려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총선승리를 위해 불공정한 게임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집권당에 유리한 쪽으로 국정을 펴나간다면 그것은 명약관화하게 관권선거다. 문제는 그 경계이다.
대통령으로서의 국정과 당총재로서의 업무간 그 경계를 어떻게 구분짓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대통령이 이인제 민주당선대위원장과 조찬회동을 가진 것과 관련, 야당이 제기하는 관권선거 논란은 좋은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야당은 청와대 조찬회동이 정부의 총선중립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김대통령이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청와대는 선거대책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공명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밝혔으나, 야당의 주장에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은 없지 않다.
선거가 조기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 청와대가 굳이 그런 행사를 가질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더구나 이익단체장들의 연이은 민주당 입당, 특히 박상희 중소기협중앙회장 등 협회 간부들의 대거 민주당 입당 등을 놓고 야당은 관권선거의 목청을 더욱 높이고 있지 않은가.
조찬회동 장면이 TV 등 매체에 비춰진 것도 썩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공명선거를 논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어색한 장면이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이 민주당 총재로서 선거에 관심을 갖되, 국정운영권자로서 초연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러한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청와대가 선거기간 김대통령의 업무를 ‘대통령’ ‘민주당 총재’로 분명하게 구분짓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김대통령은 지난번 민주당 총재의 입장에서 당 공천자들에게 임명장을 준 바 있는데, 이에대해 지금까지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 이치와 같다. 물론 선거기간 김대통령이 가급적 민주당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부득이한 경우 공적인 행사에 국한하는 것도 좋지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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