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 선거에 패배한 대만 국민당 내부에서 당 개혁과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의 당 주석직 사임을 촉구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李 총통은 사임을 촉구하는 국민당원들의 시위에 굴복, 당 중앙상무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9월에 사퇴하겠다고 19일 밝혔지만 李 총통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국민당 관계자는 20일 국민당 의원들과 당 관리들이 광범위한 당 개혁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이는 李 총통의 주석직 사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개혁안은 신임 당 주석과 고위 간부들을 대의원이 아닌 당원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고, 국민당이 소유하고 있는 막대한 기업자산을 면밀히 조사해 새로운 지도부가 설 때까지 횡령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1949년이후 대만의 정치, 경제를 지배해 온 국민당의 소유 자산은 미화 61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당 고위 간부인 마잉주(馬英九) 타이베이 시장은 20일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일부 의원과 당원들이 당 주석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오는 22일께 당 개혁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당원 3,000여명은 19일 오후 국민당 중앙총본부앞에서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李 총통이 주석직을 즉각 사임할 것을 촉구했으며, 馬 시장은 이를 李 총통에게 권유하려했으나 접견을 거부당했다.
이들중 일부는 20일에도 국민당 주변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남부 가오슝에서는 李 총통의 사임을 촉구하는 새로운 시위가 일어났다.
현지 정치분석가들은 “李 총통은 선거 패배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았고, 시위대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도 않아 당원들의 분노를 샀다”면서 李 총통이 주석직 사임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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