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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행정원장 내정자 '살아있는 양심' 리웬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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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행정원장 내정자 '살아있는 양심' 리웬저

입력
2000.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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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반세기만에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이룬 배경에는 리웬저(李遠哲·64) 전 중앙연구원장이 있었다.새 행정원장(총리)으로 내정된 그는 국민들로부터 ‘살아 있는 양심’‘21세기 정신적 지도자’로 불리는 등 대만에서 가장 존경받는 학자중 한 사람이다. 그는 특히 대만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선거를 불과 8일 앞둔 10일 그는 중앙연구원장직을 사임하고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후보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팽팽한 3강 구도의 틀이 깨지면서 대세가 陳후보쪽으로 기울게 한 일등 공신이다.

그의 지지 선언에 호응한 대학교수 20여명이 정권교체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陳후보 지지 성명을 발표하자 정·재계의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도 잇따라 陳후보측에 가세했다. 그의 가세가 陳후보에 대한 유권장들의 불안감을 상당히 해소시켰고 이는 부동표를 몰아 오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1936년 11월 대만 신주에서 태어난 그는 화학반응 역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1965년 미국 UC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68~1974년 시카고 대학에서 강의를 맡기도 했다.

그는 중국 최고 지도부와도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대만 독립파인 陳당선자와 중국 지도부 사이에서 관계 조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 국민이 양안관계 악화 가능성을 무릅쓰면서까지 독립파인 陳당선자를 선택한 데는 그의 이같은 자질과 그에 대한 존경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탈한 이미지와는 달리 대쪽 같은 성품을 지닌 李 원장내정자는 지난해 대만 대지진 직후 정부와 사회 각계로부터 ‘지진 복구연맹’을 이끌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었다. 그는 국민당에서 조차 한때 그를 총통 후보로 내세우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陳당선자로부터 제의 받은 행정원장 자리는 우리로 말하면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직책. 그러나 그는 이같은 제의를 받고도 넙죽 받아 들이지 않은 채 일단 진지하게 검토하되 더 훌륭한 적임자가 나오면 천거하겠다고 말하는 겸손함을 보였다.

홍윤오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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