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씨는 또래의 회사동료와 비슷한 시기에 골프를 배웠다. 연습량이 동료들에게 그다지 뒤지지 않았는데도 C씨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발전속도가 더뎠다. 동료들은 핸디캡을 몇 점 접어주고도 C씨를 쉽게 이길 수 있었다. C씨의 지갑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골프 자체를 좋아하는 C씨였지만 동료들과의 게임에서는 늘 치욕을 맛보아야 했다.이런 C씨가 독한 마음을 먹었다. 동료들에겐 허리를 다쳐 당분간 골프를 중단하겠다고 통고해 놓고 3개월 동안 남몰래 연습에 물두했다. 레슨까지 받으며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나자 C씨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스윙자세나 타구감 등 모든 것이 만족할 수준에 이르렀다.
C씨는 회사동료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리도 다 나았는데 내 돈 먹고 싶지 않아?”
동료들은 ‘얼씨구나 지갑이 제 발로 걸어서 찾아오는구나’싶어 흔쾌히 다음 골프모임에 C씨를 끼어주었다.
‘너희들 한번 혼나봐라. 그 동안의 빚을 한꺼번에 갚아주마. 두 번 다시 치욕은 없다.’ C씨는 속으로 다짐했다. 연습량도 충분했고 자신도 있었다.
결전의 날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C씨는 적당히 엄살을 피우며 꼬리를 내리는 표정을 지었으나 속으로는 독기를 품고 있었다. ‘단칼에 작살을 내버려야지.’동료들은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다. 자신은 날을 세워 덤비는데 상대방들은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C씨가 정말 허리를 다쳐 그 동안 골프채를 잡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18홀을 끝낸 C씨는 3개월 전에 맛보았던 쓰라린 치욕을 다시 맛보아야 했다. 대패였다. C씨는 동료들이 그의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데 더 울화가 치밀었다. 그는 터지려는 분통을 간신히 누르고 동반자들과 맥주잔을 부딪혔다.
골프장을 나설 때쯤 C씨의 마음은 어느 정도 진정돼 있었다. 악몽의 골프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절로 입에서 넋두리가 튀어나왔다. ‘내가 세운 칼날에 내가 찔리고 만 셈이군.’
세워둔 칼날은 언젠가 이가 빠진다. 날카로운 날 위 오래 머물 수 없다. 억지로 칼날 위에 오래 머물려 하다간 스스로 다칠 뿐이다. 시퍼렇게 세워둔 칼날보다는 다소 무딘 칼날이 사용하기에는 안전하고 편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