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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카지노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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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카지노 대한민국

입력
2000.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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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는 보스턴의 대부호였다. 그가 하루는 구두를 닦고 있었는데, 구두닦이들이 주식투자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고 보유했던 막대한 주식을 곧바로 팔아치웠다. 구두닦이들의 돈까지 증권시장에 들어왔으니 주식 값은 내릴 일만 남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얼마 못가 주가는 폭락하고 대공황이 불어닥쳤다. 폴 크루그먼 교수가 나스닥지수의 폭발적인 상승현상을 ‘피라미드 사기극’이라고 비판한 것을 보며 이 일화가 문득 떠오른다.■어디를 가나 벤처와 코스닥 주식투자가 뜨거운 화제다. 교수도 학생도 공무원도 대기업사원도 기자도 벤처로 뛰어든다. 벤처를 못하면 주식투자라도 해야한다. 벤처창업자가 인터넷에 투자자 모집광고를 띄우면 삽시간에 수십억 원이 모인다. 미국에도 없는 이런 투자 붐을 가리켜 ‘Don't Ask Investment’(묻지마 투자)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카지노 자본주의란 바로 요즘 한국의 상황에 잘 어울리는 말인 듯하다.

■인터넷은 사무실, 가정집, 안방까지 증권 거래장으로 바꿔놓았다. 기업임원들은 직원들이 혼이 빠졌다고 말하지만, 사모님을 앞세워 증권투자에 열을 올리기는 마찬가지다. 온 나라가 거대한 도박장을 닮아가고 있다. 이미 고스톱으로 훈련된 백성이 아닌가. 돈내기 없는 골프가 심심해져 버린 상류층 사회, 이제 복권도 30억원 짜리는 돼야 관심을 끈다. 그냥 일하고 월급 받으며 조용히 살려는 사람은 견딜 수 없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코스닥에 이어 제3시장을 만들고 주식거래 시간을 늘리려는 게 정부의 생각인 것같다. 이런 주식 열풍덕택에 벤처창업자들은 쉽게 돈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코스닥 열기에도 일반투자자는 터지기만 한다고 한다. 미국의 거대 부동산 업자이자 타지마할 카지노 소유주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 말이 있다. “카지노에서 돈을 버는 길은 카지노 주인이 되는 것뿐이다.” 라스베이거스가 화려하게 흥청대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돈을 잃기 때문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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