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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숨은 비디오] 머더 게임·전영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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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숨은 비디오] 머더 게임·전영공작소

입력
2000.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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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웃는 데 왜 웃는지 몰라 두리번거릴 때가 있다. 유명 영화의 패러디나 응용이 현란한 코미디 영화를 볼 때 특히 그렇다. ‘총알 탄 사나이’ ‘못말리는 람보’ ‘잠망경을 올려라’와 같은 노골적인 패러디 영화에서부터 ‘오스틴 파워’ ‘플로리스’ ‘캐나다 베이콘’까지 영화의 자기 복제, 응용 수준은 정점에 달한 느낌이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8 1/2’‘사랑의 묵시록’ ‘노팅 힐’등을 더하면, 자기 영역 확대를 위한 영화인의 노력은 눈물겨울 지경이다. 여기 두 편의 영화 목록을 추가하게 되었다.누구보다 영화를 많이, 되새김질하며 보는 영화 평론가의 영화 보기와 현실 인식의 상관 관계를 다룬 스티븐 세처의 1999년 작 ‘머더 게임(A Slight Case of Murder)’(18세이상·워너)과 빈사상태의 홍콩 영화계 사정을 고백하는 코미디인 종수가 감독의 99년 작 ‘전영공작소(電影工作所)’(12세이상·영성)가 그것이다.

케이블 TV 채널에서 독설을 퍼붓는 영화 평론가 테리 소프(윌리머 H. 메이시)는 내연 관계인 영화 심의위원 로라를 살짝 밀치는데, 로라는 뒤로 넘어지며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쳐 숨진다. 지문을 없애고 로라의 집을 빠져 나오지만, 로라 남편의 의뢰로 로라를 감시해온 사립 탐정 존 에드가슨(제임스 크롬웰)의 카메라에 잡힐 줄이야. 영화에서 본대로 존을 살해하고, 경찰 심문에도 영화 상식을 동원해 빠져 나오는 테리. ‘머더 게임’은 “배우들을 혹독하게 비판했는데 ‘보디 히트’의 윌리엄 허트에게 사과해야겠어”라는 방백에서부터 “필름 느와르엔 왜 늘 비가 오는가, 사람들은 낮엔 도대체 무얼 하기에 밤에만 사건이 일어나는가”라는 우스개 강의까지, 영화를 많이 본 이들을 위한 서비스로 넘쳐난다.

‘전영공작소’는 영화 제작 감소, 불법 CD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요즘 홍콩 영화계를 자조하고 있다. 등장 인물 이름부터 웃음을 자아내는 데 감독 진과신, 남자 배우 주송치, 여자 배우 주기, 제작자 서굴 식이다. 이들이 몸을 팔아가면서까지 마련한 돈(영어 제목이 ‘Gigolo of Chinese Hollywood’다)으로 찍는 영화는 ‘춘광조설’. 금이 간 렌즈로 찍은 이 영화에 상을 주며 평론가는 “인생의 허무를 표현하기 위해 깨진 렌즈로 찍었다”고 칭찬한다. ‘스타워즈’를 패러디한 ‘Star Ball’ 촬영으로 막을 내리기까지 ‘전영공작소’는 주윤발, 오우삼 등이 떠난 홍콩 영화계를 서글픈 우스개 거리로 만들고 있다.

감상포인트/영화광을 위한 영화.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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