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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버스 난폭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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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버스 난폭운전

입력
2000.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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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기관을 좋아하는 나는 한국 유학을 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이 좋아 늘 버스의 앞문 바로 뒷자리에 앉곤 했다. 하지만 몇번의 사고 현장을 보고나서는 그곳이 가장 위험한 자리라는 것을 알았고 이내 그 자리를 외면하게 됐다.전쟁터에서처럼 필사적인 수송임무를 맡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한국의 버스운전사들은 왜 굳이 모든 승객이 생명의 위험에 직면하도록 곡예운전을 감행하는 것일까. 운전사님들은 한결같이 무질서하고 성급한 성질을 가진 분들일까. 아니다. 나는 무질서 운전의 근본원인이 그들의 성격때문이 아니라 운수 기관의 운영 체제에 있다고 본다.

작년에 나는 석사논문 자료수집차 수원에 있는 어느 버스회사를 찾아간 적이 있다. 한 인사 담당자를 취재했는데,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한국에서 버스 운전사는 하루 평균 12∼14시간이나 운전대를 잡는다는 사실이었다. 일본에서 버스 운전 종사자는 하루 5∼6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정 노동시간은 8시간이지만 계속적으로 신경을 집중시켜야 되는 특수업무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짧게 조정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운전사들은 오히려 법정 노동시간을 훨씬 능가한 시간 동안 운전에 시달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운전석을 엿보면 피로를 역력하게 드러낸 운전사의 얼굴이 보인다.

지칠대로지친 몸으로는 빨리 조차장(操車場)으로 가느라 새치기도 하고 싶어지는 것이고 승객에겐 불친절해지는 것이다. 그 인사담당자는“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가장 골칫거리가 인건비인데 기사들은 자꾸 임금인상만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과노동은 그의 머리 속에서는 문제도 아닌 듯 했다.

물론 사용자인 버스회사측이 좋아서 운전사들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다.“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버스요금은 현행 (수원시내 500원) 이상으로 올리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경기도에서 결손 보조가 제대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의 시내버스 요금은 200엔(약 2000원) 전후인데, 물가수준 차이를 감안해도 한국의 버스요금은 매우 싸다. 다른 나라는 ‘시민의 발’확보 차원으로 버스 운임을 규제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공적으로 결손보조를 한다.

요금도 싸게 하라, 보조도 안준다면 버스회사의 경영은 갈수록 빡빡해지고,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이 지지부진한 것도 당연한 일 아닌가. 공공수송기관의 안전운행과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먼저 행정당국이 제도개선에 나서고, 운수업체의 경영내용 개선, 노동자의 근무태도 개선이 잇따라야 옳다. 말단에서 고객과 마주치는 운전사님만 불명예를 입는 것은 너무 딱한 일이 아닌가.

도도로키 히로시·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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