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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몸으로 '일등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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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몸으로 '일등참모'

입력
2000.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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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총통선거…우수전 陳당선자 부인“중국이 무력침공 위협으로 대만 선거에 또다시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지만 대만 유권자들은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남편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돼 그들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가르쳐 줄 것입니다.”

선거 하루전 17일 타이베이(臺北) 중산(中山) 축구장에서 행한 천수이볜(陳水扁) 후보의 부인 우수전(吳淑珍·49) 여사의 연설은 이번 총통선거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했다.

그는 陳후보의 승리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꿰뚫어 본 사람이었다.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의 무력침공 발언 등 선거막판 불어닥친 이른바 ‘북풍정국’도 吳 여사의 선거전략에는 실보다는 득으로 계산됐다. 이른바 ‘북풍의 역풍’이었다.

吳 여사는 “국민당의 전형적 북풍전략이 오히려 사상 처음 집권당의 패배를 가져오게 한 자충수로 작용했다”며 “대만은 이제 50년 대륙악몽에서 벗어난 진정한 정치원년을 이룩했다”고 감격해했다.

치과의사를 아버지로 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吳 여사와 陳 총통당선자의 인연은 국립 대만대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학과 동기생으로 陳을 처음 만난 吳 여사는 1975년 가진 것이라곤 ‘머리’밖에 없던 배고픈 야당 정치초년병을 남편으로 맞았다.

어려운 결혼생활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는 1985년 11월 타이난(臺南) 현장(縣長) 선거에 출마한 남편의 선거운동을 돕던 중 돌진하는 트럭에 치여 두다리를 잃었다. 정치 반대파의 테러라는게 정설이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입증되지 못했다.

吳 여사의 정치역정은 휠체어에 몸을 실으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남편이 ‘펑라이다오(蓬萊島)’ 사건으로 수감되자 휠체어 차림으로 옥바라지를 하는 한편, 남편 대신 입법원(의회) 선거에 출마, 당선됐다. 1987년 계엄령 폐지후 출소한 남편이 그를 보좌관으로 영입, 지금도 신선한 충격으로 대만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남편이 끝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돼 다행”이라며 눈시울을 붉힌 吳 여사는 “과거에도 한국에 가본 적이 있지만 총통이 된 남편과 다시 한번 한국을 찾고 싶다”는 뜻을 밝혀 한국에 대한 강한 애착을 내보였다.

황유석기자

aq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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