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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개혁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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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개혁 갈 길 멀다

입력
2000.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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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선출을 위한 국민은행 주총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은 금융 구조조정이 아직도 멀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국민은행은 18일 오전10시 주총을 열 예정이었으나 노조측의 주총장 봉쇄 등으로 12시간30분 후에 장소를 옮겨 개최, 김상훈 전금융감독원부원장을 행장으로 선임했다. 행장추천위원장은 “주총은 30분만에 끝났으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주총이 파행을 보인 것은 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 때문이다. 국민은행측은 김상훈 신임행장이 은행장 후보로 추천될 때부터 ‘외압설’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행장 선임은 4단계를 거쳐 이루어졌다며 이를 일축했다.

때문에 주총이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파행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쨌든 한밤중에 장소를 옮겨 순식간에 해치우는 이런 모습의 주총이 은행권에 등장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금융 구조조정에 있어 IMF체제 초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은 인정된다. 이만큼 금융 구조조정이 진행된 데에는 정부가 기여한 바가 크다.

이번에 정부가 주변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장 선임에 관심을 둔 것은 아직도 미진한 금융 개혁에 새롭게 힘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곧 본격화할 2차 금융 구조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정부가 강조하듯 ‘디지털 경제’ 시대인데도, 정부의 행동은 이에 못따라가고 있는 측면을 적지 않게 드러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장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관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하지만, 이를 앞으로 정부가 금융 구조조정에 적극 개입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관계자들도 상당수 있다.

독일·일본 등에서는 최근 대형 은행간 합병이 이루어졌다. 오늘이나 내일, 또 어떤 은행들의 합병이 발표될지 모를 정도로 금융기관 대형화는 세계적인 대세다. 우리가 IMF 긴급자금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주요 이유 중의 하나가 낙후된 금융부문 때문이었다.

그만큼 금융 구조조정은 시급하고 중요하다. 정부는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 잘 지켜지도록 유도해야 하고, 금융기관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번 국민은행 주총은 앞으로의 금융 개혁을 한번 더 심각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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