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의 당선의 일등공신은 바로 국민당이다”18일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민진당의 陳의 승리가 확정되자 타이베이(臺北)시 陳선거운동본부 앞에서 류리샹(劉利香·43·회사원)씨는 웃으며 여야교체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陳후보의 총통 당선은 먼저 부정부패로 찌든 국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과 개혁욕구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으며, 이에 여권성향의 유권자들의 표갈림, 중국의 무력사용 위협의 역작용, 뛰어난 선거전략 등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사실 陳후보는 총통선거 초반만해도 당선이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무소속 쑹추위(宋楚瑜)후보가 40%이상의 지지율로 2,3위와 10%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확고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대중적 인기가 낮은 롄잔(連戰)를 총통후보로 선출, 宋을 탈당케 했던 국민당이 잇달아 ‘헛발차기’를 함으로써 상황은 급변했던 것이다.
국민당은 宋후보 아들의 거액 증권예탁금 증서 폭로와 당재산 횡령 등을 연이어 폭로, 결국 그의 인기를 급락하게 만들었으며 그 와중에 陳후보가 급부상하게 됐다. 宋과 견원지간이 된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은 유세때마다
‘치쑹바오롄(棄宋保連·宋을 버리고 連을 구하자)’라고 외치면서 宋의 낙선운동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李총통은 陳에 대해서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여 안정을 바라는 여권 성향의 유권자들을 혼란케 만들었다. 게다가 국민당의 선거운동중의 금품살포와 주가조작 혐의는 국민들의 개혁열망을 더욱 부추겼다.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의 무력 위협론도 역작용으로 나타났다. 陳후보의 당선 저지를 위한 중국의 위협은 오히려 대만 국민들의 자존심을 자극, 반발 효과를 불러일으켜 陳에게 부동표가 쏠리도록 했다는게 분석가들의 해석이다.
특히 陳후보 진영의 절묘한 선거전략도 승리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대만의 양심으로 추앙받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리웬저(李遠哲)박사가 陳후보를 지지케 함으로써 부동표를 대거 흡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陳후보의 개혁성과 청렴한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키고, 여성인 뤼슈롄(呂秀蓮)을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도 여성표 공략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지역감정도 陳의 당선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타이난(臺南)출신인 陳은 타이베이 지역에서는 宋에게 패했으나, 가오슝(高雄)과 타이난에서 50%에 이르는 몰표를 얻어 이를 만회했다.
타이베이=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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