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있는 전문경영인을 모셔라”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전문경영인들이 가세하면서 벤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초기 기술력 하나로 창업한 엔지니어 출신 벤처기업가들이 사업 확장을 해나가면서 재무·마케팅 분야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헤드헌팅 업체에는 ‘경력이 탄탄한 젊은 전문경영인을 찾아달라’는 벤처기업들의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9일 벤처기업의 전문경영인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벤처경영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경총은 28일까지 인터넷 활용이 가능한 30대 대기업출신 임원·금융기관 과장이상 재직기간이 5년 이상인 인력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60명을 선발, 교육을 실시한 후 벤처기업협회와의 업무협약에 따라 이들의 전문경영인 영입을 알선해줄 예정이다.
인터넷 접속서비스공급(ISP)업체로 벤처 1세대에 속하는 아이네트는 최근 회사이름을 한국피에스아이네트로 바꾸고 연구원 출신이었던 창업자 사장 후임으로 사업 경력이 탄탄한 전문경영인을 이달말께 영입할 계획이다.
아이네트 관계자는 19일 “치열해지는 ISP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나가기 위해 마케팅에 능한 경영인이 사장으로 영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전화제조업체인 팬택은 최근 LG그룹의 정보통신 부문 임원이었던 박정대씨를 사장으로 스카웃했다. 팬택은 “박 사장이 IT분야 경영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고 이를 뒷바침하기 위해 창업자는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다”고 말했다.
천리안도 지난달 조직개편과 함께 데이콤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낸 이운용이사를 CEO급인 마케팅총괄 본부장으로 데려왔으며 인터넷 경매업체인 와와컴은 LG창업투자 출신의 이일순상무를 영입, 새 CEO로 내정했다.
거물급 전문경영인의 벤처행도 잇따르고 있다. 리눅스원이 배순훈 전 대우전자 사장을 21일 회장으로 영입했으며 네트워크 전문 업체인 콤텍시스템은 신복영 전 서울은행장을 회장으로 영입했다. 콤텍은 “회사가 종합정보통신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 부총재 및 금융결제원장 등을 지낸 신회장의 능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넷쇼핑몰 업체인 인터파크의 유종리 사장과 싸이월드의 이동형사장, 서울시스템의 박향재 사장, 심마니의 손승현 사장도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벤처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과 재무 분야의 전문경영인을 찾기 시작하면서 헤드헌팅 업체들도 바빠졌다.
‘잡 비전 코리아’의 윤기연팀장은 “최근에도 한 인터넷 도메인업체로부터 사업감각이 뛰어난 30대 중반 전문경영인 위촉을 요청받았다”며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거액의 연봉과 일정 지분을 주고 전문경영인을 대표이사로 모시려는 벤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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