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최고경영자(CEO) 인사파동에 휘말린 가운데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울산 구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16일 울산으로 내려갔던 정명예회장은 17일 현대중공업 공장등을 둘러본 후 강릉을 거쳐 오후 귀경했으나 일체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자택에서 휴식을 취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명예회장은 그룹이 위기에 닥칠 때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난국을 타개해왔다”며 “이번에도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간의 갈등과 금융 경영권이 걸린 현대증권 인사문제를 명쾌하게 처리할 구상을 품고 상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측은 “노정익 사장이 현대증권에 정식출근해 홍완순 부사장실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상태에서 업무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관심의 초점은 과연 정 명예회장이 스스로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증권 사장 내정안을 철회할 것인지 여부.
정몽구회장 측은 “명예회장이 진작부터 그룹의 주가 부양책에 관심을 기울여오다 내린 결정이어서 서명을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정몽헌회장 측근들은 “정회장은 이번 인사가 절차상 하자가 많아 주말쯤 귀국, 명예회장을 잘 설득한다면 인사안을 원점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일의 전후를 살펴보면 사극 ‘용의 눈물’이 현대가(家)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는다”며 “내주 초가 현대판 ‘왕자의 난’전개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두 형제 사이에 낀 임원들은 쓸데없는 설화(舌話)나 구설수에 휘말려 상대편으로부터 찍힐 까봐 전전긍긍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익치회장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이날 상오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중국 상하이(上海)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증권측은 16일 이회장이 해외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이회장의 한 측근은 “이회장이 어제 오전 ‘출국한다’는 말을 남기고 회사를 떠나 혼선이 발생했다”며“이회장은 상하이지점 개설에 도움을 줬던 관리들을 만나기로 진작부터 약속이 돼 있었으며 20일께 귀국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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