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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지역 "제발 일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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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지역 "제발 일 좀 합시다"

입력
200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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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생산현장 마저 ‘총선 독감’을 앓고 있다. 4·13 총선 입후보예정자들이 앞다투어 생산현장에 나타나 선거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잇따라 방문을 요청, 정상조업에 지장을 줄 정도다.대기업 벤처기업 가리지 않고 입후보자들이 ‘실탄’을 지원해 달라고 졸라 경영자들이 이를 피하느라 경영공백까지 우려되는 마당에 우리경제를 떠 받들고 있는 작업현장마저 정치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후보들은 점심시간에 구내식당 등을 ‘기습 방문’해 노골적으로 지지를 호소, 정치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원산업(직원 2,000명)과 동국제강(직원 1,000명) 등 포항공단 입주업체들은 주로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을 방문, 지지를 유도하는 지역구 입후보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공장에는 최근 지역구 입후보자 3명이 회사측의 자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각각 2∼3차례씩 구내식당을 다녀갔다. 그러나 직원들의 반응은 썰렁했다. 강원산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후보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아 민망할 정도였다”며 “굳이 인사를 하겠다는 후보들이 안쓰러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전체 직원이 6,000명이 넘는 청주산업 단지내 현대전자 청주공장도 회사방문과 회사의 행사일정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

회사측은 이에 따라 각 후보 진영에 회사방문 자제를 공식 요청하는 한편, 허락을 받지 않은 후보자나 선거 운동원들의 출입을 정문에서 차단하고 있다. 이 회사 경비원 A씨는 “지난주 두차례에 걸쳐 3∼4명의 후보측관계자가 무작정 찾아와 정문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차라리 출퇴근시간에 선거운동을 하라’고 쫓아보냈다”고 말했다.

LG화학 청주공장 관계자도 “대기업 생산현장은 유권자가 많은데다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선거가 임박할수록 방문요청이 쇄도할 것이 뻔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메머드급 생산현장인 삼성전자 수원공장에도 하루 2-3건씩의 후보측 방문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회사측은 외부환경에 민감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 특성상 ‘외부인 출입불가’원칙을 들어 일체 거절하고 있지만 입맛이 개운치는 않다. 방문 거절에 따른 ‘총선후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공장 관계자는 “외부인이 들어오면 먼지 등 불순물이 많아져 제품불량률이 높아질 게 뻔하지만 누가 당선돼 어떤 일을 할 지 몰라 난감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여천산업단지내 LG화학 등은 아예 후보들의 선심성 공장견학을 신청단계에서 원천봉쇄키로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공장견학은 한 건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단언했다.

현대전자 이천공장 관계자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공장방문을 허락했다가 다른 후보들의 항의에 시달렸다”며 “ 이번에는 전산관련 공무원 연수 등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선거용 방문요청도 사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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