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도 벤처사업의 일종?’벤처기업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 일대에 최근 벤처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단란주점 및 룸살롱이 4-5군데나 생겨났다. 현재 잘나가는 여러 벤처업체들도 다투어 술집자리를 물색 중이라는 것이 이 바닥의 소문.
벤처기업이 직접 술집운영에 나서는 희한한 현상에 대해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접대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테헤란밸리 중심에 고급 단란주점을 운영하고있는 인터넷벤처업체 사장 K(35)씨는 “매주 2-3차례나 되는 접대술자리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면서 “‘직영점’에서 접대하면 지출도 절반이하로 줄이고 손님대접도 최고로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K씨의 술집 개업에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벤처사장 3명이 의기투합, ‘창업’자금을 공동 출자했고 운영은 고용사장과 마담이 맡고있다.
지난 연말 여의도에 단란주점을 개업한 컴퓨터 전문업체 M벤처 H(37)사장도 “술집을 직접 운영해 접대비의 70%가량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H사장은 “벤처의 특성상 매출액은 고작 10억~20억원대인데 접대비는 연간 2억-3억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영 술집은 과도한 접대비로 인한 운영자금난을 피하기 위한 방편일 뿐 수익사업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밖에 벤처사장이 기존 단란주점에 20-30%가량 지분을 출자해 ‘주주’가 되는 경우도 있다. 사업자금을 대는 대신 술값을 50-70%가량 할인받으면서 V.I.P 대접을 받는 혜택을 누린다.
그러나 벤처단란주점은 기술개발과 시장개척보다는 홍보와 접대에 치중하는 왜곡된 벤처문화의 산물이라는 비난론도 만만찮다. 더구나 일부 벤처단란주점은 지역 폭력배들과 상납문제로 갈등을 빚다 사장이 폭행까지 당하는 등 ‘신업종 진출’로 인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기도 한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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