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개혁파의 총선 승리를 계기로 미국이 대폭적인 대 이란 관계 개선을 추진, 중동과 서남아시아 지역의 국제정세가 급변할 조짐이다.미 국무부는 개혁지향적인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대통령의 총선 승리를 계기로 1979년 이란 회교혁명이후 21년간의 적대적인 양국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마련했으며 앞으로 이를 확대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1953년 팔레비 왕정복원 쿠데타 개입 사과, 100억달러 규모의 미국내 이란 자산동결해제, 인적교류 촉진등의 이번 조치는 양국간의 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미 국무부는 기대하고 있다.
미국내 이란 동결 자산은 1981년 테헤란주재 미 대사관 인질 석방 교섭으로 상당 규모가 해제됐으나, 이후 양국은 이 자산의 처리 문제로 국제사법적으로 다툼을 벌이는 등 관계 회복의 큰 걸림돌이었다. 또 이란인의 미국 방문도 지문날인 등 비인도적 장벽을 만들어 엄격히 제한해 왔다.
미국의 대 이란 정책 변화는 임기말에 외교분야에서 업적을 내려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의지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클린턴 대통령이 미 대통령으로서는 20여년만에 이달말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대 이란 관계개선은 중앙아시아를 통한 러시아의 남진을 견제하는 전통적인 미국의 정책을 복원하고, 중동지역 반미주의의 선봉인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포위하는 등의 전략적인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 이슬람원리주의의 본고장인 이란과의 관계 개선은 이슬람 국가들과의 화해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혁명으로 왕정을 타도한 이란과 미국의 관계 개선은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등 아직 왕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친미국가들과 미국 사이에 미묘한 마찰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유화 제스처가 이란으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클린턴 대통령 취임이후 미국 정부는 인질사건으로 단절된 이란과의 관계개선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으나 현재까지 화답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란으로부터 즉각적인 호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으나 개혁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며 이란도 이를 완전히 일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관개개선 조치가 곧 양국간 국교정상화로 연결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미국은 여전히 이란을 북한, 이라크 등과 함께 지정한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움직임이 없고, 이란 외화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 금지 조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이 관계정상화의 거대한 외교행보를 시작했음은 거의 확실하다고 보아야 한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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