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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AL기 배상금 파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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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AL기 배상금 파장 크다

입력
200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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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97년 괌 공항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피해자들에게 거액의 피해배상금을 지급키로 합의한 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다.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피해자 13명에게 3,000만달러를 내겠다는 것은 사고책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책임이 없다면 손해배상금 청구소송 합의서에 서명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1인당 평균 26억원이란 거액을 받게 된 일이 이례적이기도 하지만, 이 금액이 같은 사고의 다른 피해자들이 미국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80여건의 소송 판결과 합의금 산출의 기준이 될 것이란 의미도 있다.

또 대한항공측으로부터 평균 2억5,000만원씩의 배상금을 받은 피해자들의 동향도 새로운 관심사가 될 것이다.

배상금에 합의한 사람들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을 수용했지만, 이 조건에 미국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도 포함되는지 여부는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다. 또 개인이라도 외국정부에 손해배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국제소송 시대를 실감케 한 사건이기도 하다.

제소 초기 과오를 인정하려하지 않던 미국 정부측이 태도를 바꾼 것은 지난해 11월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사고원인 조사결과 때문이라 할 수 있다.

NTSB는 사고의 주원인은 조종사 과실이었으나 사고당시 연방항공청이 괌공항의 최저안전고도경보장치 작동을 중단시킨 점을 부차적 원인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런데도 미국정부가 이번 소송 합의서에 이 책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국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정부는 우선 배상금을 지급한 뒤 대한항공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내 부담을 전가할 움직임이라 한다.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으므로 구상금 전액을 물게되지는 않겠지만, 사고책임의 무게가 대한항공에 기울어져 있어 구상금 부담이 엄청날지 모른다. 대한항공도 이를 예견하고 미국 연방항공국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소송의 무대가 미국인 점과, 사고책임 비중 등으로 보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엄청난 추가 배상부담을 떠안게 될 대한항공은 구상금 청구소송에 사운을 걸고 싸워야 한다. 미국정부가 공항시설 고장을 장기간 방치한 잘못과 관제요원이 사고기를 끝까지 모니터하지 않은 책임 등을 중점적으로 제기, 되도록 구상금 부담을 줄여야 거듭된 사고가 초래한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정부에도 이를 적극 지원할 책임이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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