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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해 받을 일 피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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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해 받을 일 피해가라

입력
200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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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치인 병역비리를 본격수사하겠다고 나섰다. 비리척결 의지는 칭찬할 일이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 문제다. 가뜩이나 관권개입이 논란되는 판국에 검찰까지 선거판에 끼어든다고 의심받을 일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검찰 수사책임자는 병역비리 자체는 비정치적 사건이라며 수사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검찰 엘리트에게 ‘참외밭에서는 신발끈을... ’이라고 진부한 속담풀이를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진정으로 비정치적 사건이라고 생각하는지, 일찍부터 ‘병풍(兵風)’ 논란이 일었던 사실을 검찰만 잊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과 여당이 아무리 성역없는 비리척결을 외쳐도, 선거용 수사라는 야당의 반발과 여론의 비판적 시각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검찰이 갑자기 방침을 바꾼 경위도 석연치 않다. 이 사건은 당초 비리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가 의혹대상 명단을 수사기관 아닌 청와대에 제출할 때 이미 정치적 복선이 있다는 시비가 일었다.

그래서 검찰이 명단을 넘겨받아 수사는 하되 결과는 총선뒤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을 때 올바른 판단으로 보았다. 자칫 오해받을 일을 피하려는 현명한 처신으로 여긴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급박한 사정이 생겼기에 수사를 서두르는지 의아하다.

이런 의문에 대한 검찰의 해명은 옹색하다. 비리명단에 오른 인사들중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이들도 있어, 밝힐 것은 빨리 밝혀주겠다는 얘기다. 이걸 진솔하게 듣더라도, 갑작스런 방침변경에 따를 오해소지와 엄청난 파문은 헤아려 보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소환수사의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불과 열흘뒤 후보등록을 하고 나면 정치인 자제도 참관인으로 등록하는 것이 상례여서 소환·체포 등이 어렵다. 또 소환을 거부한채 ‘야당 탄압’ 선전에 역이용, 저질 선거판이 한층 시끄러워지는 상황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후보들의 병무비리 의혹도 유권자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효성없는 소환통보로 유권자에게 선입견을 심는 것도 공정한 선거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건 유권자 권리를 해치는 일이다.

우리는 일부 보도처럼 검찰이 수사가 부진하다는 고위층의 질책에 앞뒤 가릴 겨를없이 방침을 바꾼 것이 아니길 바란다. 정치성 논란으로 그토록 곤욕을 치른 검찰이 잘못된 전철(前轍)을 되풀이 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고 믿고 싶다.

병역비리 수사는 엄정하게 진행하되, 선거와 관련해 오해받을 일은 아예 멀리 피해가는 바른 처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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