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농의 아들이자 구두닦이 출신의 경제학자가 어렵게 인생항로를 헤쳐온 끝에 드디어 대권(大權)의 문턱까지 도달, 페루 대선전을 달구고 있다.다음달 9일 실시될 페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구두닦이 출신인 알레얀드로 톨레도(53)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 하면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3선 도전을 위협하고 있다.
15일 여론조사기관인 ‘데이텀 인터내셔널’의 조사결과, 톨레도 후보는 한달 전만 하더라도 14%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25.2%로 급상승하며 후지모리의 최대 적수로 떠올랐다. 물론 후지모리의 지지율은 39.6%로 아직까지도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톨레도의 갑작스런 약진은 10년전 3% 지지율에 불과하던 후지모리가 막판 한달 만에 유력 후보였던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리오사를 제치고 결선투표에서 역전, 처음 대권을 거머쥐었던 상황을 연상케하고 있다.
톨레도 후보가 부상한 원인은 무엇보다 그가 정통 안데스 지방 출신이란 점. 여론조사 책임자인 마누엘 토라도는 “페루 국민들은 지방출신의 50대 경제학자를 원하고 있으며 톨레도는 그러한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톨레도는 1995년 대선에도 출마했지만 당시 득표율은 4%에도 못미쳐 4위에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토착 원주민의 외모와 헐벗은 빈농의 자식이란 점, 생계를 위해 한때 구두닦이까지 했던 점, 이를 극복한채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포함한 3개의 학위를 따낸 전력 등을 바탕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프랑스인 인류학자인 그의 부인 역시 안데스 고원의 페루 인디언들 언어인 ‘케추어’까지 쓰면서 선거에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본 이민자의 아들로 10년 철권통치를 해온 후지모리 대통령은 자신의 3선 출마 자체가 위헌시비에 휘말려 있는데다 타후보들로부터 조직적인 불법선거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후지모리를 추격하던 알베르토 안드라데 리마시장과 루이스 카스타네다 전 사회안전국장은 최근 몇달새 인기가 떨어지면서 지지율이 각각 10.4%, 7.9%에 그침으로써 톨레도의 약진을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하고 있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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