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와 벌여왔던 삼성자동차 매각협상이 사실상 결렬 위기에 처하면서 삼성차 처리문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삼성차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17일 “매각 우선 협상대상자인 르노와 1차 협상을 벌였으나 양측에서 제시한 인수가격의 차이가 너무 컸다”며 “양측이 양보할 의사가 없는 만큼 3월말로 돼 있는 우선협상기간까지 추가 협상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번 협상에서 인수가격을 당초 1조1,000억원 수준에서 6,950억원으로 대폭 낮춰 제시하고 이중 일부는 현금과 출자전환으로, 나머지는 미래영업수익의 15~20%로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르노는 인수가격으로 4억5,000만달러(5,000억원)를 제시하면서 이 마저도 현금으로 5,000만달러(560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향후 18년동안 영업이익의 10% 범위 내에서 분할 상환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르노는 연간 50만대의 생산규모가 돼야 할 삼성차 공장이 현재 24만대밖에 생산하지 못해 앞으로 5억달러를 추가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없어 더이상의 돈은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르노의 인수 제안가격을 현재가치로 평가하면 1,500억-2,000억원밖에 안된다”며 “법원이 평가한 존속가치도 1조2,000억원이나 되는데 르노가 이처럼 헐값에 인수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채권단은 우선 협상기한인 이달말까지 르노가 타협안을 내놓지 않은 채 당초의 인수조건을 고집할 경우 국제 공개 입찰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르노와의 협상 결렬로 4월부터 다른 원매자들을 상대로 입찰을 실시할 경우 빨라도 8월은 돼야 삼성차 처리문제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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