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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역사극에 새겨넣은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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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역사극에 새겨넣은 디스토피아"

입력
200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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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 영화감독“주류 영화를 만드는 것은 꽤나 까다로운 일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는 관객을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감독이 변화를 꾀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나는 영화가 그림 그리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글라디에이터’는 메인 스트림 영화이기는 하지만 내 ‘생각’을 넣어 영화를 만들었다. 삶과 죽음에 관한 생각을”

‘블레이드 러너’ ‘에일리언’등 문제작을 만들어 온 리들리 스콧(63)감독. ‘블레이드 러너’(1982)에서는 암울한 모노톤의 미래상을 제시해 SF영화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었고, ‘에일리언(1979)’에서는 ‘괴물을 임신한 여성’을 통해 프로이트적 관점으로 우주 괴물에 대한 두려움을 풀어냈다는 극찬을 받았다.

‘델마와 루이스(1990)’는 페미니스트적 관점이 돋보이는 여성 영화. 또 액션 영화 ‘블랙 레인(1989)’에 감명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오시이 마모루는 ‘공각 기동대’를 탄생시켰다.

물론 ‘지 아이 제인’ ‘콜럼버스 1492’ 같은 영화는 흥행과는 상관없이 ‘거대한 눈요기’에만 집착했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몇몇 영화에서 보여준 작가주의적 역량과 흥행영화 감독이라는 명성 중간에 그는 서 있다.

차기작으로 토머스 해리스 원작의 ‘한니발’(앤서니 홉킨스 주연)을 준비 중인 그가 영화 ‘글라디에이터’ 홍보를 위해 12일(현지시간) LA 센추리 플라자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글라디에이터’는 5월 5일 미국에서 개봉하며 제작비 1억달러(1,100억원)가 든 초대형 스펙터클 영화.

_영화 전반 15분간 펼쳐지는 전투신은 정말 놀라웠다. 특히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어 넘어가는 데도 피 한방울 튀지 않고, 대신 흙과 눈발만 날리는 것이 독특했다. 그래서 덜 폭력적으로 보이면서도 충격은 더했다.

“도대체 어떤 영화를 보았길래 이 영화가 덜 폭력적이란 얘기인가(웃음). 로마시대, 검투사 이런 고전적 이야기를 현재인에게 들려주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용과 흥미를 적절하게 균형 맞추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_새로운 밀레니엄에 로마시대의 검투사 이야기를 다룬 이유는.

“20세기 후반 초대형 역사물이 없었다. ‘타이타닉’만 해도 스펙터클 보다는 멜로에 더 치중했다. 30, 40년 전만 해도 큰 영화들이 있었다. 컴퓨터 그래픽이 발달한 지금이 오히려 대형 사극을 만들기에 더 적합하다”

_전투 신이 특히 리얼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해 비주얼한 느낌을 더욱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립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7년간 미술을 공부했다. 이 중 3년간 회화를 공부했다. 회화의 상상력을 구체화 하는 작업이 영화의 강점이 되는 것 같다. 이미지가 강한 영화들도 그 때문인 것 같다.

_리얼리즘 드라마에 꿈 속을 걷는 장면같은 판타지 장면이 눈에 띈다.

“영화 도입부분 보리밭을 훑고 가는 손이 보인다. 농부에서 장군, 장군에서 노예, 노예에서 검투사가 된 맥시머스(러셀 크로)의 정신적 지향은 흙이다. 천국을 꿈꾸는 인간에게 그 실체는 가정이며, 결국은 모두 흙으로 돌아가게 돼있다. 그런 꿈을 그리고 싶었다.

_영화 속에서 그리는 세상은 디스토피아적이다. 비관적으로 세상을 그리는 이유가 있나.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정말 현실이 암울한 거 아닌가. ‘블레이드 러너’를 예로 드는데 그 영화는 ‘로맨틱’한 영화이다. 좀 어두운 로맨틱.”

/LA=박은주기자

■영화 '글래디에이터' 코모스티왕역에 조아킨 피닉스

“90분이란 시간 내에 한가지 캐릭터만 보여주는 것은 너무 아쉽다.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물론 매번 ‘배우의 영화’가 되기란 어렵다. 영화란 어차피 감독의 의지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조아킨 피닉스(26). 그가 처음 나왔을 땐 ‘리버 피닉스의 동생’이란 후광이 작용했다. 하지만 ‘투 다이 포’에서 보여준 집착증적인 10대, ‘8밀리’에서 나타난 20대 히피 청년, 올리버 스톤의 ‘U턴’에서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정신착란자까지. 영화마다 ‘조아킨 스타일’ 연기를 보여주어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의 싹을 틔우고 있다.

‘글라디에이터’에서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하며, 누나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느끼는 왕 코모더스 역할. 역시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목졸라 죽일 만큼 다중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대본을 뼈로 생각하고 여기에 살을 붙이는 과정을 연기로 생각한다”는 그는 “한 가지 역할을 잘하면 죽어라 그 배역에만 캐스팅하는 ‘타이프 캐스팅’이 많아 하고 싶지 않은 역할도 게속해야 하는 곳이 할리우드”라며 “그럼에도 좀 더 다양한 배역을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영화 속 배역 만큼이나 성격이 ‘튀는’ 조아킨은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났으며, 히피 부모를 둔 때문에 학교 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 ‘조아킨’이 아니라 ‘후아킨’으로 발음해 달라는 주문.

LA=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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