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Emerging Economies)의 중앙은행들은 수년전 없어져야 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1997년 환란 당시 채택한 자유변동환율제는 위기만 심화시켰다.”환율 및 통화개혁 전문가인 스티브 행크(Steve H. Hanke) 미 존스 홉킨스대 교수가 통화위기 차단을 위해 자국 화폐대신 달러나 마르크화를 사용하거나 환율을 이에 고정(PEG)시켜야 한다고 주장, 논란이 예상된다.
달러를 공식화폐로 채택하는 움직임은 최근 에콰도르 등 중남미로 확산되고 있으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환율제도 역시 자유변동환율제가 대세로 굳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행크 교수는 미 경제지 ‘포브스’(15일자)에 기고한 칼럼‘통화위기 차단법’을 통해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과 불안정, 빈곤을 야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앙은행 옹호론자들도 환란을 불평하지만 이는 방화범에게 석유와 성냥을 준 뒤 불만 탓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행크 교수는 “다행히, 자국 화폐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며 코소보(마르크) 동티모르·에콰도르(달러) 등을 예로 들었다.
현재 외국화폐를 공식 채택한 곳은 파나마 모나코 등 31개국. 또 비공식적으로 통용되는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50여개국에 이른다.
이는 미국에게만 연간 170억~190억달러의 발권수입을 안겨 준다. 달러화 채택은 해당국 경제주권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파나마나 버진 아일랜드의 경우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갖는 것 보다 달러를 채택함으로써 저물가·저금리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국민이익에 부합하는 달러 사용을 주문한 것이다.
행크 교수는 또 같은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외환위기후 상황을 설명하면서, IMF가 구제금융의 대가로 주문한 고정환율제 폐지, 곧 자유변동환율제는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달러페그제를 고집했던 홍콩은 피해가 적었던 반면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폐지, IMF 권고를 따랐던 태국 인도네시아 등은 가장 큰 피해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네시아 루피화가 급락하던 1998년초 고정환율제의 일종인 ‘통화위원회제도’도입을 권고했으나 이를 통한 환율 안정 및 수하르토대통령의 권좌 유지를 우려한 미국과 IMF의 ‘흔들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미국은 경제위기를 수하르토 축출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폴 키팅 전 호주총리의 말을 인용, 음모론도 제기했다. 그는 1998년 당시 수하르토의 경제자문역을 맡았다.
행크 교수의 주장은 아시아 지역 중앙은행은 물론 자유변동환율제 주창자들로부터 상당한 반박을 받을 전망이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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