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의원을 뽑는데 왜 정당은 ‘○○○ 대통령’을 연호 하고, 왜 후보는 ‘떠오르는 태양’ ‘차기의 지도자’를 연일 강조하는가.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앞다퉈 이런 식으로 바람몰이를 하니까 마치 의석다툼을 하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정권다툼을 하는 대선처럼 총선 분위기가 바뀌어 가고 있다. 선거가 조기에 과열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민주당의 경우 처음엔 이인제선거대책위원장이 자가발전을 하는 측면이 있었으나, 지도부의 부추기는 듯한 발언이 잦아 지면서 분위기는 점차 그런쪽으로 흐르고 있다.
16일에 열린 그의 후원회 밤 행사는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고 들린다. 이 자리에서 동교동계의 맏형 권노갑상임고문이 그를 가리켜 ‘김대중대통령과 흡사한 21세기의 지도자’라며 “나라를 위해 키워달라”고 했다고 한다.
동교동계가 어떤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는지 그 속내는 알 수 없으나, 권고문의 이 말은 여권인사들에게 ‘이인제=차기후보’의 이미지를 고착화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 뻔하다. 너무나 성급한 분위기 조성이다.
이에 뒤질세라 한나라당 사람들도 연일 전국을 돌며 ‘이회창 대통령’을 외쳐대고 있다. 그 사람들은 이총재가 바로 2년전 대선에서 떨어진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모양이다.
김종필자민련명예총재도 이번 선거를 정권다툼으로 확대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그는 연일 내각제 추진을 위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데, 그가 상정하고 있는 내각제 정권의 총리는 바로 자신이다. 민국당도 이에 동참, 차기 대통령후보를 아예 정해 버리자고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선거의 내용이 대선으로 변질되면 그 폐해는 무엇인가. 우선 차기 대권경쟁이 앞당겨 질 것이고, 그에따라 정권의 중심축이 흔들리면서 대통령의 국정장악력도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 차기대권을 놓고 온나라가 이회창이냐 이인제냐 이수성이냐 하는 판에 정권의 권위가 온전할 리는 없다.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권력의 누수현상이 오고 정권의 집행력에 이상이 생긴다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으로 하여금 공연히 정권경쟁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4·13 총선이 내고장을 대표하는 의정일꾼을 뽑는 선거가 되도록 차분하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정당과 후보들은 차기를 의식한 바람몰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 가급적이면 권력구조 문제를 제기하지도 말아야 한다. 선거 때마다 내각제가 나오는 것도 이젠 신물이 난다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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