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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게임의 승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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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게임의 승자는 누구?

입력
200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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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박두 '진실게임'다른 인기가수의 팬들과 패싸움을 벌이고, 어떤 탤런트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와 사귄다고 살해 협박을 하고, 자신의 열광을 이해하지 못한 주변때문에 자살을 하고, 스타를 비판한 언론에 폭력에 가까운 언어와 행동으로 보이는 10대 열성 팬들.

그들에게 스타는 ‘절대 권력자’이다. 그들은 권력을 만들어 주고, 그 권력을 추종하면서 자기 존재감을 확인한다. 권력이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줄 때 더욱 열광한다. 그들은 배타적이다. 다른 권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그들은 또 다른 획일주의자이고 전체주의자들이다. 그들은 기성 세대의 자기중심주의를 비난하면서도, 자신들을 비난하는 집단은 용서하지 못한다. 스타에게는 그들이 절대 필요하다. 없으면 억지로라도 만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을 이용해 이미지나 상징을 조작한다.

‘진실게임’(감독 김기영)은 3중적이다. 영화의 목적은 단순히 ‘누가 인가가수의 살해범인가’라는 것에 있지 않다. 2인 연극의 형태를 띤 수사과정에서 인기가수와 극성 팬클럽의 관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부도덕성과 추악함을 드러내려 한다. 그리고 그 실상을 통해 권력의 속성까지 꼬집는다. 팬클럽회장인 열일곱살의 여고생 한다혜(하지원)가 인기가수 살해범으로 자수한다. 그녀에게는 극성팬들과 스타와 매니저의 어두운 세계가 집약돼 있고, 그녀를 수사하는 40대 조검사(안성기)에게는 또 다른 권력의 세계인 검찰의 모순과 권력 속성이 숨어있다.

다혜의 거짓과 진실의 교묘한 뒤섞음, 다른 팬클럽 회원들의 엇갈린 진술은 어느 쪽이 진실이든 충격적 고발임에는 틀림없다. 음반 싹쓸이하기, 경쟁가수 나오면 공연장 빠져 나가기, 공연표 감시하기, 팬클럽 회장이 되기위해 매니저와 잠자기, 라이벌 팬에 대한 집단구타, 여고생들의 동성애를 넘어서 영화가 허구로 설정한 가수 매니저와 집단 섹스파티까지.

그러나 영화는 그것이 스타와 팬 사이에만 존재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검사님은 대통령이 매일 불러 이야기한다면 그것을 싫어하겠느냐” “검사님도 나에게 육체적 욕망을 느끼죠”라고 말하거나 일부러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게 하는 다혜. 조검사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그의 위선을 무너뜨리는 그녀의 질문과 행동으로 그것이 권력세계의 보편적 추악함이란 사실을 증명한다. 내친 김에 다혜는 조검사에게 딸과의 세대간 단절까지 확인시켜 준다.

게임의 승자는 중요하지 않다. ‘진실게임’은 다만 그 게임을 통해 스타란 새로운 권력자를 추종하는 인간들을 이야기하려 한다. 섬뜩한 것은 그 속에 기성세대가 저질러왔던 것보다 훨씬 놀라운 타락과 부도덕과 영악함이 있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하지원의 앙큼한 연기에 딱딱한 안성기의 모습이 흐트러지는 것처럼. 그런데 왜 그들이 그렇게 됐지? 그 설명은 없다. 18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5개 만점, ☆은 절반,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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