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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성 애착장애' 정서 안정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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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성 애착장애' 정서 안정이 중요

입력
200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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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 아이가 태어난 뒤 함께 보내는 시간이 충분치 못하면 성장이 더디고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자녀의 ‘반응성 애착(愛着)장애’ 여부를 알아봐야 한다.반응성 애착장애란 말 그대로 무언가 불충분한 환경 때문에 생기는 정서행동상의 문제를 말한다. 본래 ‘애착’이란 아기와 엄마사이에 오가는 정서적 친밀함으로, 양방성(兩方性)이 특징이다. 즉 아이는 물론 엄마도 경험하는 것이다. 상당 부분은 ‘아, 이게 내 새끼구나’하는 본능적인 느낌에서 비롯되며, 아기가 울고 낑낑거리고 졸졸 따라다니는 등의 애착추구 행동에 의해 촉발되기도 한다.

그런데 인간의 발달과정에는 그 시기를 놓치면, 즉 경험하지 못하고 지나가면 그 후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특정 시기가 있다. 이를 결정적 시기라고 하는데, ‘애착’도 생후 6개월에서 2세 사이에 충분히 경험해야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반응성 애착장애의 특징 반응성 애착장애로 진단하려면 반드시 아이를 충분히 돌보지 못한 사실이 전제돼야 한다. 아이를 방치해 둔 것은 물론 돌보는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뀐 경우도 해당된다. 아이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과 안정된 대인관계를 경험하지 못한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파서 장기간 입원하거나 가정불화로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경우, 부모를 잃은 경우도 문제가 된다. 일 때문에 아이를 너무 일찍 놀이방에 보내도 비슷한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반응성 애착장애가 있는 아이는 우선 먹고 자고 크는 기본 발달이 원만하지 못하다. 체중과 키가 평균에 미달하고, 눈치를 보거나 기가 죽어 있는 경우가 많다.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불안과 긴장을 보이기도 한다.

심한 경우 사회성이 결여돼 대인관계를 맺지 못한다. 옆에 누가 있어도 무관심하고 눈을 맞추지 않으려하며 불러도 쳐다보지 않을 수 있다. 산만해 보이기도 하고 지능과 언어발달도 떨어져 자폐증과 매우 유사하다.

치료와 대책 자폐증은 뇌의 선천적 질환인 만큼 몇 달 노력해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반면, 반응성 애착장애는 한두 달 정도만 신경을 쓰면 크게 호전될 수 있다. 치료 대상에는 아이는 물론 부모도 포함된다.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돌보고 놀아줄 것인가, 어떤 점들을 관찰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부모가 알아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이라면 반드시 부모가 아니라도 아이를 돌볼 수 있다. 단 아이에게 관심이 많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그렇다고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이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가정경제에 기여하고 자아실현을 위한 것인 만큼 궁극적으로 아이에게 보탬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직장에 나가는 엄마들은 보다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책감이 전혀 없을 수 없지만 지나치게 거기에 집착해서도 안된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관심과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애착은 양(量)보다는 질(質)의 개념이다. 비록 아이와 오랜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전화도 하고 퇴근해선 피곤하더라도 아기와 놀아주고 많이 안아주는 게 중요하다.

내키지 않는데 아이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면 나중에 ‘아이 때문에 발목을 잡혔다’는 생각에 자녀와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직장 문제는 보다 냉정하고 차분히 판단해야 한다.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 엄마 입장에서 볼 때 남편과 시댁 어른들의 지지와 협조는 큰 힘이 된다. 아빠가 적극적으로 가사를 분담하고 아이와 함께 놀아주면 엄마가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

/신지용·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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