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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선비들의 일생 재현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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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선비들의 일생 재현 전시회

입력
200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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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의 일생을 유물로 재현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15일 개막한 성균관대 박물관의 특별기획전 ‘선비의 삶’이다. 선비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떻게 자라고 생활했으며, 죽은 뒤 그의 자취가 어떻게 기려졌는지 보여주는 각종 생활 유물과 옛 그림, 문헌 등 2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선비는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의 지식인이다. 유교 경전을 중심으로 열심히 글공부를 해서 과거를 치르고 관직에 나가 뜻을 펴는 것이 그 시대 선비들의 일반적인 꿈이었다. 선비들은 7-8세부터 서당에 다니기 시작해 15-16세에 서당교육을 마쳤다. 이어 공립 중등교육기관인 사부학당이나 향교를 거쳐 국립대학인 성균관에서 배웠다. 성균관은 조선의 최고 교육기관으로소과(초급관리 임용시험)에 합격해야 입학 자격이 주어졌다. 과거는 소과와 대과(중급관리 시험)가 있었는데, 과거에 붙으면 관직에 나갈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선비들이 늘상 쓰던 붓과 벼루 등 문방구, 필독서였던 사서삼경을 비롯해 명필 한석봉이 쓴 ‘천자문’등 선비 교육에 쓰인 교재, 소과 합격증인 홍패(紅牌), 대과 합격증인 백패(白牌), 과지(科紙·시험답안지), 과거 보러 갈 때 휴대하던 필통 등이 선보이고 있다.

전시유물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조선개국원종공신록권(朝鮮開國原從功臣錄券·공신지정문서), 조선 600년 선현들의 필적을 한데 모아 구한말 오세창이 펴낸 ‘근묵’ (槿墨·1,116점 34책), 추사 김정희의 칠언율시, 조선조 말 문인 이풍익이 금강산을 유람하고 적은 ‘동유첩’ (東遊帖·기행화첩), 신명윤·명연 부자의 문인화 ‘묵매도’ (墨梅圖) 등이 있다. 사당을 그린 민화 ‘감모여재도’ (感母如在圖)는 가난한 선비의 조상 섬기는 갸륵한 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유물이다. 양반들은 집 안에 사당을 짓고 그 안에 조상의 위패를 모셨는데, 가난해서 사당을 짓지 못한 선비는 ‘감모여재도’로 사당을 대신 했던 것이다.

이 밖에 15세가 되면 치르던 관례(성인식)에 쓰인 갓, 갓끈, 갓솔, 상투관, 혼례용 병풍과 나무기러기, 혼수물목(목록), 장례용 수의, 풍수를 따져 묏자리를 잡는 데 쓰던 지남침, 관직에 나간 선비가 입던 관복과 관복을 장식했던 흉배(胸背) 등을 볼 수 있다.

전시실 중앙에는 옛 선비들의 생활공간인 사랑방과 안방을 실물 크기 목조로 재현하고 문갑이며 서안(書案·앉은뱅이 책상), 벼루 등 선비들이 쓰던 물건과 가구를 들여놨다.

전시회는 6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월-금 오전 10시-오후 4시. (02)76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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