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아이가 부쩍 학교에 가기 싫어 하는데 혹시 ‘왕따’가 된 건 아닌가요.” “집안문제로 딸이 의기소침한데 힘 좀 북돋워 주세요.”경기 안양시 성문여중 2학년 인(仁)반 곽 광(37)교사가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버 우리반’에 오른 학부모들의 E-메일 상담내용들이다.
인터넷이 말많고 탈많은 치맛바람을 잠재우고 본래의 건강한 학교문화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사와 제자, 학부모간의 대화가 쉽게 이루어지는데다 얼굴을 맞댈 필요가 없어 촌지문제 등의 부작용이 생길 소지도 없기 때문.
곽교사는 “매일 E-메일을 보내는 학부모도 있을 만큼 호응이 좋은 것은 그동안 교사와 학부모간의 대화 통로가 막혀 있었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선생님을 찾아뵙거나 전화하는 일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E-메일을 통해 편하게 상담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학부모 사이에 PC방 가기가 유행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이런 식의 ‘사이버 학급’만들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이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연구모임까지 속속 결성되고 있다. 서울 광남중 이승헌(27)교사는 “학교마다 ‘사이버학급’을 운영하는 선생님이 10여명 이상”이라며 “개학 이후 ‘다음’과 ‘트라이포드’의 두 인터넷 홈페이지 서비스 업체에만 각각 200여개 이상이 개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중등장학과는 “자식을 맡긴 학부모들은 선생님께 저자세가 되기 마련”이라며 “인터넷 상담을 통해 직접 대면에서 오는 각종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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