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이‘산 넘어 산’이다.작년 8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4월말까지 의무적으로 구성해야 하지만 사학법인과 교사단체들이 각각 서로 다른 이유로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에 이의를 제기하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정이 촉박한데도 16일 현재까지 정관 개정을 시작한 사학이 단 한 곳도 없다. 게다가 올해부터 학운위 위원이 교육감을 선출하게 되면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학교운영이라는 학운위 설치 취지가 각 세력간의 편가르기와 세몰이로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쟁점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로 대표되는 사학 법인측과 전교조로 대표되는 교사단체들의 대립은 먼저 사립학교 학운위의‘성격규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초중등교육법은 사학의 학운위를 국·공립학교처럼 ‘심의·의결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교사단체들은 특히 “인사, 예산 등 중요사안은 아예 자문대상에서 제외돼 위상 약화가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학법인측은 “법인 이사회가 존재하는 마당에 학운위를 심의·의결기구로 격상시키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오히려 학부모·지역위원 선출방식을 무기명 투표로 규정한 시행령에 불만이다. “자문기구인 사립학교 학운위 위원 선출은 투표가 아닌 위촉 방식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교사단체들은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추천, 학교장이 위촉토록 한 교원위원 선출방식을 학부모·지역위원과 마찬가지로 무기명 투표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양측의 힘겨루기는 “설치하지 않겠다”(법인) “참가하지 않겠다”(교사단체)는 삿대질 속에 학운위 구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망
교육계에서는 법인과 교사단체의 논쟁이 주장 관철보다 세 불리기 차원의 공세로 보고 있다. 결국 법인들도 정관 개정을 통해 조만간 학운위 구성을 시작하고 교사단체의 맞대응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다음 고비는‘정관 개정’작업이다. 교원위원 추천 배수(倍數)를 각 법인별로 만들 정관에 규정토록 하고 있어 추천 인원을 단수 혹은 몇배수로 할 것이냐를 두고 ‘힘겨루기 제2라운드’가 예상된다.
정관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더라도 그 다음에는 위원 선출을 둘러싼 잡음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선출권을 가진 학운위원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법인과 교사단체, 그리고 교육감 후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본인에게 유리한 인사를 지역위원으로 진출시키기 위한 교육감 후보들의 물밑 작업 소문이 교육계에서는 파다하다.
한 교육계 인사는 “학운위 구성을 둘러싼 모든 소모적 논쟁은 결국 자기 세력을 확보하려는 힘겨루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