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혁명을 선도, 거대한 부(富)를 움켜 쥔 ‘하이테크 황제’들이 적극적으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단순히 투자에 그치지 않고 직접 임원으로 참여, 경영수완을 발휘하기도 한다.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자산운용 전문가를 두고 있지만 바이오 관련 기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투자 여부와 투자액을 직접 결정한다.
그는 류머티즘 등 자기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아이코스(워싱턴주)에 투자한 것은 물론 스스로 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코스 외에도 카이로사이언스(다윈 몰레큘러의 후신)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물론 바이오 관련 펀드를 통해 많은 바이오 벤처에 돈을 대고 있다.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은 지난해 10억달러를 들여 개인투자회사 MSD캐피털(뉴욕시)을 설립, 바이오관련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회장도 유전자해석 벤처기업인 쿼크 바이오테크(캘리포니아주)의 대주주이자 이사이다.
이들의 투자는 우선 바이오 산업이 장차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또 거액의 기부금을 흔쾌히 던져 온 주인공들로서 난치병 퇴치에 공헌하겠다는 의욕도 왕성하다. 그러나 이들의 바이오 투자는 무엇보다 바이오 산업이 앞으로 컴퓨터 산업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란 통찰의 결과이다.
바이오 산업에는 고성능 컴퓨터가 필수 불가결하다. DNA 염기배열이나 유전 정보의 해석은 예외없이 컴퓨터가 맡고 있다. 앞으로 개인·질병별 유전 정보의 정리나 의약품 개발을 위해서는 더욱 더 정보처리가 필요하다. 델회장은 “21세기의 바이오연구자는 컴퓨터학자와 융합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21세기 바이오 산업을 전망한 ‘바이테크 세기’의 저자인 평론가 제레미 리프킨씨는 “빌 게이츠회장은 새로운 ‘포디즘(Fordism)’을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전정보 해석은 연구자 개개인의 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곧 컴퓨터가 재빨리 대량의 유전정보를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대량의 자동해석 장치를 동원한 셀레러 제노믹스의 인간게놈 해석은 그 예고편이다.
포드 자동차가 도입했던 대량생산 방식은 경제구조를 크게 바꾸었다. 마찬가지로 “바이오 산업이 컴퓨터 산업과 결합해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게이츠 회장은 전망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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