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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인사잡음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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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인사잡음 '점입가경'

입력
2000.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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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측 "서명무효" MK측 "명예회장 뜻따라"현대증권 CEO 교체를 둘러싼 잡음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16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정몽헌(鄭夢憲)회장이 미국에서 구조조정위원회 수뇌진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인사와 관련, 18일께 귀국할 때까지 모든 상황 진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익치(李益治)회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출국했으며 정회장과 만나 대책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 고위관계자는 “이회장이 오전 임원회의를 열어 ‘절대 동요하지 말라’고 말한 후 베이징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회장이 대북사업문제로 정몽헌회장과 해외에서 만나기로 했으며, 이번 만남에서 인사문제 대책을 숙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정몽구(鄭夢九)회장측은 “그룹 대주주인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결정한 사항이라 해 왈가왈부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인사파문이 원안대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정몽헌회장 주도로 이뤄지는 ‘현대닷컴’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몽구회장 측근들은 이번 인사가 14일 정주영명예회장 주재로 진행된 최고경영자협의회 결정 사항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룹의 주가관리 대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익치회장 경질문제가 불거져나왔고, 정명예회장이 직접 노부사장을 차기 경영자로 낙점했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증권 고위관계자는 “현대증권의 대주주인 정몽헌회장이 없는 자리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서명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명예회장이 연로한 상태여서 예전처럼 낙점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없으며 번복 가능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에도 정몽구회장이 정명예회장에게 이병규(李丙圭)금강개발산업사장을 현대증권사장으로 추천, 내락을 받았으나 정몽헌회장이 반대해 무산됐었다”고 말했다.

○…정주영명예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계동 사옥에서 열린 아산재단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전격 취소하고 울산으로 떠났다. 현대 관계자는 “명예회장이 1-2일후 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 주변에서는 정몽헌회장측이 인사 내용에 대해 반발 조짐을 보이는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편 재계는 결국 정몽헌회장이 귀국한 이후에야 이번 인사 파동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인터뷰] 노정익 현대증권 사장내정자

현대증권 사장으로 내정된 노정익 현대캐피탈 부사장이 16일 하오 현대증권으로 출근했다.

이날 하오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에 들른 노부사장은 “이번 결정은 정주영 명예회장이 그룹 주가관리 차원에서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으로 알고있다”며“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부사장은 본사와 단독 전화인터뷰를 갖고 “항간에 정몽구 정몽헌 회장간 갈등설이 나돌고 있으나, 정몽헌회장이 귀국해 두 형제가 협의하면 원만히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노부사장과의 일문일답.

_현대증권 사장으로 내정받았다는 통보를 받았는가.

“정몽구회장이 14일 직접 통보했다. 정회장은 ‘명예회장님이 노부사장을 현대증권 사장으로 정했으니 가서 열심히 일하라’고 말했다”

_두 회장간 알력설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근할 것인지.

“나는 두 분을 모두 그룹 오너로 모시고 있다. 머슴 입장에서는 오너가 어디로 가서 일하라면 그대로 수행하는 수 밖에 없다. 만일 정몽헌회장이 돌아와 두 분끼리 협의한 결과 다른 결론이 나온다면 불만없이 따를 것이다”

_현대증권 쪽에서는 정주영명예회장이 연로해 제대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정주영명예회장은 몸이 불편하실 뿐 정신은 아직 또렷하다. 일각에서 연로하다는 점을 들어 그의 결정이 번복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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