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 선거를 3일 앞둔 15일 낮 12시 30분 대만 타이베이(臺北)의 중심가인 타이베이역 앞거리.빅3 후보 진영의 선거 운동원들이 각 후보들의 얼굴이 새겨진 깃발을 든 채 점심식사를 위해 쏟아져 나오는 젊은 남녀 회사원들을 향해 목이 터져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이들 뒤에 나란히 서 있는 세 후보진영의 유세 천막에는 각 후보들의 인형, 모자, 배지 등 각종 상품들을 판매하면서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세 후보 진영 중 손님이 많은 곳은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후보측. 20여명의 젊은 남녀들이 陳후보의 인형을 사면서 천막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등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집권 국민당의 롄잔(連戰)후보와 무소속의 쑹추위(宋楚瑜)후보 진영은 가끔 40대이상의 시민들이 나눠주는 팸플릿을 받아가는 정도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陳후보의 인형을 산 20대 여성 회사원은 “20-30대는 국민당의 장기집권과 부패에 싫증이나 새로운 감각의 진보적인 陳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날 현재 세 후보가 오차범위내의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으며 승부는 30만표 이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지의 분위기는 노벨화학수상자 리웬저(李遠哲) 중앙연구원장의 陳후보 지지발언과 주가폭락에 따라 陳·連후보가 한 걸음 앞서는 느낌이다.
세 후보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치열한 싸움을 전개하는 관계로 선거운동은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 금품살포, 흑색선전, 상대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연일 비판하고 있다.
TV 뉴스시간에는 어김없이 각 후보진영이 제공하고 있는 음식접대, 버스를 동원한 군중동원 등 불법 선거운동 장면을 고발하고 있다.
한 택시 기사는 “지지 깃발을 달면 최소 1,000 대만 달러(약 4만원)를 받았으나 선거를 앞두고는 1,700 대만 달러로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날도 각 후보 진영은 상대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막판 부동표 잡기에 안간힘을 썼다.
陳후보는 李원장과의 공동내각을 발표하면서 “국민당이 본토의 전쟁위험을 자극하고, 증권시장을 조작하면서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連후보는 “이젠 승부가 국민당과 민진당의 2파전으로 좁혀들었다”면서 “안정을 위해 여당후보를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宋후보는 “부패한 국민당과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 민진당 후보를 뽑아서는 안된다”며 양측을 싸잡아 공격했다.
이런 가운데 정권교체를 예상, 陳후보를 지지할 것이란 설에 휘말린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은 이날 국민당 중앙상무위원회에서 連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이자리에서 “국가 안보와 안정을 위해 連에게 투표해야한다”며“내가 陳을 밀 것이라는 루머에 속지 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만 TV(TTV)는 이날 쉬리더(徐立德) 총통부 자문위원(資政)이 전날 국민당의 황쿤후이(黃昆輝) 비서장(사무총장)과 비밀리에 만나 李 총통이 陳후보 지원설을 불식시키는 한편 겸직 중인 국민당 주석직을 내놓는 등 連후보 지원방안을 강구할 것 임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타이베이=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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