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한일합방은 일제의 강압과 협박에 의한 강점이었다는 사실을 밝혀주는 일본왕실의 비밀문서 전문이 최근 완전 번역, 연구돼 공개된다. KBS1 ‘일요스페셜-日 왕실 秘문서 왜 북으로 갔나’에서는 한국인 서지학자 이종학씨가 92년에서 97년사이 입수, 4년간 번역, 연구한 일본 왕실 내각문고의 한국강점 관련 극비문서를 공개한다. 92년 입수 당시 문서의 존재자체에 대해서 알려진 바 있지만, 그 내용이 번역·연구돼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1,000여장에 달하는 이 문서는 한일 합방 당시 일본측 전권위임자였던 통감 데라우치가 내각 총리인 가스라 앞으로 보낸 보고서와 통감부와 내각 사이에 오갔던 전문일체, 조약체결을 재가한 일본 추밀원의 회의 기록 등 세 종류로 이루어져 있다. 80년대 중반 일본국립공문서관으로 이관되면서 일반에 공개돼 92년 이씨가 이 문서를 발견하고 입수하게 됐다.
이 문서는 그동안 일본측이 한일합방 조약문서에 쓰인 내용을 근거로 줄곧 ‘한일합방은 한국의 자발적 양여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다. 데라우치가 쓴 병합시말 보고서엔 ‘이미 확정된 방침에 따라 시기를 노려 병합의 실행에 착수코자’등의 구절이 나오고, ‘군사상의 관계’라는 부록에는 ‘군대 경찰의 위협과 끊임없는 경비가 간접적으로 상당한 효력을 나타낸 것 역시 다툴 수 없는 사실’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조약 체결 당시 일본군대 배치도는 명백한 군대의 위협이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서울대 이태진 교수, 백충현 교수 등 국내 사학자와 법학자들은 이 문서를 근거로, 강압에 의한 조약은 무효이므로 법적 청산문제를 다시 논의해야한다고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이종학씨는 지난달 일본의 조총련계 대학인 조선대학의 금병등 교수에게 이 문서의 사본을 전해주었다. 북일 수교를 앞둔 북한이 일본과의 수교 과정에서 과거 남한이 범했던 전철을 밟지 말고 확실한 과거사 청산을 통해 양국관계를 정립하라는 바람에서였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