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상승세를 지속해 온 도쿄(東京)증시의 주가가 이번주 들어 급락세로 돌아섰다.13일 올 최대폭인 560.47엔이 폭락한 닛케이(日經)평균주가는 14일 48.09엔이 빠진데 이어 15일에도 63.24엔이 떨어졌다.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계기지만 정보통신 관련 종목의 거품 붕괴가 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도쿄증시의 정보통신 주가의 하락은 크게 두드러졌다. 지난해 이래의 최고가와 15일 종가와 비교한 하락률은 소프트뱅크 52%, 히카리(光)통신 63%, CSK 71%, 교(京)세라 43%, 닌텐도(任天堂) 35%에 이르렀다. NTT도코모와 소니도 각각 15, 21%나 내렸다.
정보통신 종목의 급격한 주가 하락을 두고 “일시적인 조정 국면”이라는 시각과 “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시작”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미국에서 인터넷 관련 종목이 1998년 47%, 1999년 40%나 급락했다가 회복한 예를 든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일본 정보통신 관련 기업의 속성이 미국과 크게 다름을 들어 장기적인 하락을 점치고 있다.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신규사업이나 기술개발에 나서는 미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조달한 자금을 다른 인터넷 관련기업의 주식에 투자, 서로 거품을 키워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양측은 미국의 경우 1·2차 조정기를 통해 70%의 관련 기업이 탈락했듯 이번 조정기를 통해 기술력과 서비스 등 내용을 갖추지 못한 ‘가짜’는 떨어져 나갈 것이란 전망에는 정확히 일치한다.
소니, NTT도코모 등의 주가 하락이 비교적 완만한 것도 벌써 구분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경제평론가인 미하라 아쓰오(三原淳雄)씨는 “경영자가 사업욕은 없고 금전욕만 있는 가짜 기업의 도태는 필연”이라며 “이 기회에 투자자들은 ‘주가’가 아니라 ‘주식’에 투자하는 자세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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