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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문제의 핵심은 남이 아니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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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문제의 핵심은 남이 아니 바로 나

입력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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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들은 정기적으로 인사이동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외교관이 부임할 때마다 업무의 성격과 사무실 분위기가 바뀐다. 대사관에서 일하다보니 나도 새로운 보스에 따라 업무의 영역, 업무 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현재의 보스는 이전과 달리 기획과 이에따른 책임까지 내게 맡기는 스타일이다. 나의 업무는 캐나다와 한국간의 영화, 방송, 음악 등 문화산업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양국의 시장흐름도 조사하고, 관련 기업이나 다양한 기구의 관계자를 만나게 된다. 다음 해의 프로젝트에 관한 구상을 제시하면 보스는 검토하고 최종 승인하는 것이다.

나는 일을 통해 직업인으로서의 보람 외에도 캐나라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도 얻게 됐다. 캐나다는 역사가 짧다보니 전통적인 문화 분야보다 영화 멀티미디어 애니메이션 등 실용적인 분야가 발달했고, 미국이라는 강대국 옆에서 자국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정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러한 이해를 얻고부터는 업무를 진행하고 프로젝트를 구상하는데 체계를 갖게됐다. 그 전까지는 사실 즉흥적일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새로운 장벽을 경험하게 됐다. 시간 편성의 문제다. 내가 문화 산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업무부담이 크지 않았겠지만 어시스턴트로서의 역할도 나에게 떠넘겨졌다. 상사의 스케줄 관리, 팩스 보내기, 복사하기, 데이터 입력하기 등 각종 사무를 수행하다보면 어느새 내가 비서에서 매니저까지 슈퍼우먼이 돼야 했던 것이다.

그럴 즈음 야간대학원에 입학하게 됐고, 캐나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버츄얼 캠퍼스 교육이라는 디스턴스 프로그램(원거리 학습)에도 참가하게 됐다. 힘은 들었지만 이를 통해 공기업에 필요한 영문서 작성법등 실용적인 도움을 얻게 됐을 뿐 아니라 일의 우선 순위를 재검토할 여유도 생겼다.

일이 벅찰 때마다 주변에 원망의 화살을 돌리기 쉽다. 그때마다 한발짝 물러서서 생각한다. 문제의 핵심은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법을 찾지 않거나, 모르면서 배우지 않으려는 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지은 캐나다 대사관 상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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