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우먼 성공학] 애널리스트 송계선어떤 주식 사야 돼요?” “이 종목은 언제 팔아야 돼죠?“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 LG투자증권 기업분석가(애널리스트) 송계선(26)씨. 신문 증권면을 보면 D램 가격이 바닥이니 반도체주식이 올라간다, 인터넷사업에 진출하니 전망이 좋다, 이번 주 장세는 어떠할 것이다 등등의 소견을 내놓는 것이 송씨와 같은 애널리스트들이다.
대학(이화여대 경제학과)을 졸업하자마자 입사, 이 분야 5년차인 송씨는 지난해 상반기 한 경제신문이 선정한 ‘베스트 애널리스트’에서 도·소매 업종 1위로 꼽혔다. 그가 ‘떠오르는 애널리스트’가 된 것은 1998-99년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1998년 11월 신세계백화점 주식이 1만4,400원일 때 그는 유일하게 ‘사라’추천을 냈다. IMF로 백화점은 힘들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때였다. 그러나 송씨는 신세계백화점이 보유한 삼성생명, E마트 주식 등의 자산가치만 따져도 신세계백화점의 주식이 바닥이라고 여겼고 적정주가가 3만원라고 제시했다. 그의 분석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가세했다. 1999년 1월 주가가 3만5,000원이 됐다. 송씨는 바빠졌다. 펀드매니저의 문의가 빗발쳤다. 송씨는 일주일에 한두번씩 신세계백화점을 드나들며 기업내용의 변화가 없는지 살피고 후속보고서를 준비했다. 지난해 2월 송씨는 적정주가를 7만원으로 높였고 7월 신세계백화점 주식은 10만9,000원을 쳤다.
“그 때의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을 분석해 보고서를 낸 것이 맞아떨어졌고, 내가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력이 느껴졌죠. 보너스? 남들이 알아주는 것? 모두 그 성취감에는 미치지 못해요.”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지명도를 높인다. 국내외 펀드매니저들이 매일같이 들어오는 100건 이상의 보고서 중 어떤 분석을 읽고 신뢰하고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지명도와 직결된다. 송씨는 지금 섬유 의류 화장품 광고분야의 150개 기업을 맡고 있지만 사실 1년에 하나만 히트해도 대성공이다. 신세계백화점 주식을 히트친 송씨는 지난해 보너스까지 합쳐 6,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 완전 성과급제를 도입한 타사의 애널리스트 가운데는 1억원 상당의 연봉소득자도 있다. 일단 지명도가 오른 소위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는 덩치가 큰 종목 너댓개로 승부를 낸다. 작은 변수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주목했다가 적시에 보고서를 내는 것이 사활의 관건이다.
“마감이 따로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게 타이밍이에요. 아무리 잘 쓴 보고서도 늦게 나온 것은 휴지조각에 불과해요. 스트레스도 심하죠.” 송씨는 일주일에 2-3차례 보고서를 쓴다. 나머지 시간엔 기업을 탐방하며 재무, 실적, 경영진 성향, 기업이미지 등을 조사분석한다. 송씨가 소속된 기업분석팀은 기업의 내재적 가치에 비중을 두고 적정가를 제시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기업분석가를 ‘족집게 점쟁이’나 ‘작전세력’쯤으로 아는지 전망이 틀리거나 기업가치가 낮다는 분석을 내면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 항의, 시위까지 일어난다.
“사실 잠자리만 들면 내가 쓴 보고서가 떠올라요. 제대로 분석했다고 생각했는데 시장이 따라오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요. 하지만 한번 맞아떨어졌을 때의 성취감 때문에 더 많은 정보, 더 완벽한 보고서를 추구하죠. 욕심이 많을수록 성공할 확율이 높아지는 것이죠.” 그는 진정한 프로 애널리스트이다.
■[나의 좌우명]
시간이 생명이다 애널리스트의 일은 끝나는 시간도 없고 일찍 해치울 수도 없다. 보고서는 제 때 내는 게 생명이다. 그 ‘때’는 자신만이 아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히려 업무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지 못하고 야근을 일삼기도 한다. 가능하면 시간을 엄수하려는 것이 나의 좌우명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직업가이드/애널리스트] 증시흐름 파악 어학도 기본
애널리스트 자격증은 따로 없지만 기업의 재무지표를 분석할 줄 알고 증시의 흐름을 아는 게 기본이므로 공인회계사, 투자상담사, 각종 증권업체가 실시하는 증권분석사 자격증이 도움이 된다. 경영학과, 미국 경영학석사(MBA) 출신이 대부분이다. 가장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미국 재무분석사시험(CFA) 합격증인데 3년에 걸쳐 현지에서 치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최근 각광받는 것은 이공계 출신. 학부 자연대나 공대를 졸업하고 경영학 석사학위를 보유한 이들은 기업의 기술적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전문 애널리스트’로 특화할 수 있다. 이밖에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므로 영문페이퍼를 쓸 수 있고 영어상담이 가능한 어학실력도 기본이다. 어학실력을 키워두면 외국증권사로 옮겨갈 수 있는 여지도 많다.
꼼꼼한 성격만이 최선은 아니다. 기업을 탐방해 경영진의 성향까지 캐묻고 투자설명회에서 자신감있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하므로 외향적이고 대범한 성격이 좋다. 업계의 인맥을 형성하면 기업분석에 유리한 정보를 많이 습득할 수 있다. 현재 증권사의 기업분석가 중 여성비율은 10-20% 정도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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