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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장기 인간이식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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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장기 인간이식 눈앞에

입력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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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된 돼지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해 줄 것인가.14일 영국 PPL세러퓨틱스사의 돼지 복제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다른 종(種)간 장기이식이 한걸음 가까워진 때문이다. 인간에 장기를 공급할 수 있는 돼지를 만드는 기술이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으려 할 때 돼지는 첫 손 꼽히는 후보였다. 인간과 유전자 서열이 비슷하고, 장기의 크기가 적당하며,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편이라는 점 때문이다.

영국 로슬린연구소가 1997년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순간 누가 먼저 돼지에 적용시키느냐는 경쟁은 시작됐다.

장기이식용 돼지가 대량 생산되면 돼지의 간, 심장, 신장, 췌장 또는 그 세포를 이식함으로써, 수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번에 태어난 복제 돼지는 인간에 장기를 내줄 수는 없다. PPL사는 보통 돼지를 복제한 것이며, 인간에 장기를 공급하려면 먼저 돼지의 유전자를 조작해야 한다.

즉 돼지의 체세포 핵에 들어있는 유전자에서 인간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초급성 거부항원유전자’를 제거해야 한다. 이 체세포를 미리 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핵치환 복제술)시키면 인간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유전자파괴(Knock-out) 돼지’가 태어나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서정선교수는 “유전자파괴 쥐는 실험용으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밖의 유전자파괴 대(大)동물이 만들어진 적은 없다”고 말했다.

PPL사는 “양의 유전자변형기술을 이용한 유전자파괴 기술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복제 성공은 돼지 난자가 체외에서 쉽게 파괴되고 배양이 어려워 그동안 복제가 늦어졌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교수는 “PPL사가 표면적으로는 돌리와 같은 복제방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돼지 난자를 체내에서 성숙시키는 등 여러가지 기술적 진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기술들을 결합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PPL사는 3-4년내 실제 돼지의 장기이식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황우석·서정선교수팀 등이 장기이식용 돼지 복제 연구를 진행, 돼지 복제, 유전자파괴기술 등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황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3-5년 내 장기이식용 돼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누가 먼저 실제로 인간의 몸에 복제된 돼지의 장기를 이식하느냐는 두고 볼 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복제회사 PPL세러퓨틱스

1997년 복제양 돌리에 이어 다섯마리의 돼지를 복제한 PPL 세러퓨틱스사에 세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본사를 둔 세러퓨틱스사는 북미, 유럽, 호주에 3대륙에 회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일상적으로 소와 돼지를 이용한 복제실험을 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유전자이식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1987년 설립됐으며 1996년에 런던 증권거래소에 공개됐다.

세러퓨틱스사는 로스린 연구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1913년 영국정부가 농업기술 발전을 위해 에든버러 대학 부설연구소로 출발한 로스린 연구소는 박사 상근 연구원 300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포 관련 연구를 비롯해 분자생물학에서 최고 권위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치료와 영양 공급을 위한 인간단백질 생산에 적용되는 유전자 이식기술 개발에 주요한 사업으로 하고 있다.

■ 복제된 5마리 돼지의 이름은?

복제된 5마리 돼지의 이름은 미국 버지니아 과학자들이 작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밀레(Mille)는 새 밀레니엄을 2000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가진다.

크리스타(Christa)는 1967년 처음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집도한 크리스티안 버나드의 이름을 땄다. 복제 돼지가 궁극적으로 장기이식에 이용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알렉시스(Alexis)와 카렐(Carrel)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장기이식의 선구자인 알렉시스 카렐의 이름을 빌렸다.

닷컴(Dotcom)은 현재 첨단기술을 보유한 닷컴(.COM)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이종이식은 생명구원의 빛?

신의 영역에 대한 불경한 도전인가 아니면 생명구원의 빛인가.

영국의 PPL세러퓨틱스의 돼지의 인공복제 성공은 머지않아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이종이식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보여준다. 돼지가 인간의 장기와 크기,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돼지 복제가 이처럼 환영받는 것은 많은 환자들이 장기이식을 원하나 공급되는 장기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현재 6만2,000명 이상이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16분 마다 1명씩 늘고있는 형편이다. 또 이들중 매일 16명이 사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돼지복제성공은 세러퓨틱스사에게 엄청난 돈이 굴러들어옴을 의미한다. 장기이식 시장만 연간 60억달러에 달하며 당뇨병 치류제인 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 생산 등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돼지복제 뉴스가 전해지자 세러퓨틱스사의 주가가 하룻만에 56%나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이식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종 장기이식으로 또 다른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술적 문제도 남아있다. 복제양 돌리는 같은 나이의 양보다 더 빨리 늙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복제동물이 기형아를 출산할 가능성이 훨신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이 신을 영역을 침범한다는 윤리 논쟁도 거세질 전망이다. ‘유전자 혁명’의 저자 패트릭 딕슨은 “동물복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경쟁은 결국 인간 복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복제에 관여하는 과학자들은 인간 복제를 시도할 만한 가치있는 일로 여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1997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이래 미 응용세포기술연구소(ACT)는 1999년 1월 인간의 수정란을 400개의 세포로 분열시킨 인간배아복제실험을 성공했다.

또 지난해에는 인간 복제 기업을 표방한 다국적기업 클로라이드사가 전 세계에 걸쳐 복제희망자를 모집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복제기술은 몇개월 뒤 완성될 인간유전자 정보의 총체인 게놈(Genome) 해독작업과 맞물려 상업성의 논란을 빚고 있다.

게놈해독은 개개인의 유전정보에 맞는‘맞춤형 의약품’개발은 물론 유전자 요법을 통해 유전질환, 후천성질환, 암 등 난치병을 극복하는 획기적 계기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전정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상업적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

또 부(富)에따라 우성유전자와 열성유전자를 소유케 되는 유전적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14일 유전자 관련 자료들을 각국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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