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맹 공무원을 컴퓨터 전문가로’ 컴맹들의 모임으로 출발한 서울시의 ‘어쭈구리 컴퓨터회’가 창립 1년 만에 다른 동호회의 홈페이지까지 제작해주는 컴퓨터 전문가집단으로 변신, 주목받고 있다. 컴퓨터를 어떻게 부팅시키는 지도 몰랐던 회원들이 이제 앞장서서 다른 직원들의 컴퓨터 관련 ‘민원’을 해결해줄 정도로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다.‘어쭈구리 컴퓨터회’는 서울시 내부행정망에 띄운 편지 한통에서 시작됐다. 대중교통과 황인동(黃仁東·42)주사보는 지난해 4월말 컴퓨터를 공부하고 싶은데도 속앓이만 하며 망설이는 직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착안, 컴퓨터 동아리를 제안했다. 황씨의 제안은 특히 전산직 직원의 호응이 컸으나 황씨는 컴맹 직원과의 괴리감을 우려, 전산직은 배제했다.
매주 토요일 2시30분부터 4시간동안 시의 제2건국추진위원회 사무실을 빌려 홈페이지 제작방법 등을 공부했다. 아이디어뱅크 이동훈(28)사장은 컴맹들의 하소연에 흔쾌히 차비만 받고 강의를 해줬다.
처음엔 자판과 윈도에 익숙하지 않았던 50대 사무관과 기능직 여직원이 조금씩 컴퓨터에 눈을 떴고 자신감을 얻은 회원들은 힘을 합쳐 자체 홈페이지(www.gongmuwon.pe.kr)까지 만들었다. 이젠 인터넷을 자유롭게 검색,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고 산악회 등 다른 동아리의 홈페이지 또는 실·국별 홈페이지까지 주문·제작하고 있다. 물론 홈페이지 제작프로그램은 불법복제 추방 차원에서 정품 국산 프로그램을 구입, 사용하고 있다. 일부 회원들은 7월 실시되는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33명의 회원중엔 시 공무원 뿐 아니라 구 공무원과 인터넷상에서 알게된 병무청 공무원도 참여하고 있어 열린 사이버 동호회로 거듭나고 있다. 황회장은 “사람들이 모두 ‘어쭈구리’라며 놀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서울시 공무원의 정보화는 우리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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