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을 이용한 유방확대 수술의 부작용으로 고통받아온 국내 피해여성들이 미국 다우코닝사로부터 최하 300만달러(한화 33억여원)의 집단 배상을 받게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다우코닝사는 세계 최대 실리콘 제조기업으로, 국내 피해자들이 외국에서 진행된 소송에 참가해 배상을 받아낸 것은 처음이다.
국내 유방확대수술 피해여성 1,483명의 소송대리인 김연호(金然浩)변호사는 15일 미 미시간주 동북지구 연방파산법원의 아서 스펙터 판사가 지난해 11월30일 “다우코닝사에 대한 화의안을 승인한다”고 결정했으나 배상액이 미국인 피해자와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항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동안 실리콘 유방수술과 관련, 전세계 피해자들이 다우코닝을 상대로 손해배상 절차를 진행중인 사실은 알려졌으나 한국인 피해여성들에 대한 구체적인 배상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연방파산법원의 화의안은 ‘다우코닝사는 자사의 실리콘을 사용한 유방확대수술 피해자에게 최고 10만-최저 2,000달러를 배상하되 한국인에겐 이의 35%만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법원의 결정으로 국내 피해자들은 피해 정도에 차등을 두어 최고 2만5,000-최저 1,200달러의 배상금을 지급받게 되며, 다우코닝제품 사용 여부가 불분명한 290명도 각 725달러씩의 배상금을 받는다. 그러나 국내 피해자들이 미국 피해자와의 배상액 차이를 이유로 항소를 제기, 재판결과에 따라 배상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변호사는 “다우코닝측이 국내 의료기술 수준과 시술방법상의 문제점을 트집잡아 미국인에 비해 훨씬 낮은 배상금액을 제시했다”며 “비슷한 비율을 인정받은 호주, 뉴질랜드, 네덜란드 등의 피해자들과 함께 곧바로 항소, 다음달 13일 디트로이트에서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다”고 말했다.
김변호사는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피해사실 입증자료를 미국 의료기준에만 맞추지 않고 국내 의료진의 진단서도 효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우코닝은 1990년대 초 실리콘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손해배상요구가 거세져 파산위기에 몰리자 1994년 11월까지 피해자 접수를 받았고, 이때 접수한 한국인 1,483명과 미국인 14만7,000여명을 포함한 세계 40여개국 피해자 17만2,000여명이 공동소송을 진행했다.
■ 소송대리인 김연호변호사
세계적인 기업을 상대로 한 6년여의 법적투쟁 끝에 국내 피해자들에게 돌아온 배상의 기쁨은 전적으로 김변호사(사시 25회·사진)의 노력 덕분.
김변호사는 연수원 수료 후 미국에서 수학중이던 1990년대 초반 유방확대수술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일자 94년 10월 직접 국내 피해자 모집에 나선 이후 매달 한번꼴로 태평양을 넘나들며 소송을 준비, 진행해 왔다.
김변호사가 그동안 수집하고 정리한 피해사례와 국내외 의학자료 등 준비자료만도 20여만쪽. 현지에서 원활한 소송수행을 위해 미국 변호사도 고용했다.
김변호사는 “국가간 배상액 차이를 인정한 이번 승리는 불완전하다”면서 “항소심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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