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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 나물에 그 밥인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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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 나물에 그 밥인 '대책'

입력
2000.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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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중장기 교통대책은 ‘육상교통 종합대책’이란 표제가 무색할 만큼 내용이 빈약해 실망을 금하기 어렵다.2010년이면 현재 1,100만대 정도인 자동차 대수가 2,000만대로 늘어나 교통혼잡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 아래 마련한 것이라면서, 효율적인 주차난 해소책이나 자가용 운행자제 유인책 같은 관심사는 제외되고 번호판 지역구분을 없앤다는 엉뚱한 내용이 눈길을 끄는 것이 그 이유다.

개별시책 가운데는 지금 시행중이거나 이미 발표된 계획들과 현재 공사중인 사업까지 망라돼, 같은 날 발표된 집권당의 총선공약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한장의 카드로 탈 수 있는 교통카드 제도와 버스회사 통폐합은 이미 서울을 비롯한 일부 도시에서 시행중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건설을 비롯한 도시철도 확충계획은 수 없이 상에 놓였던 나물이고, 경의선 전철화와 도시경전철 사업도 여러번 올랐던 밥이다. 너무 자주 올라 보기만 해도 진력날 정도다.

자동차 번호판의 지역구분을 없앤다는 것은 새로운 내용이지만 종합 교통대책에 포함시킬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사한 뒤에 번호판을 바꾸어 다는 번거로움을 덜 수는 있겠지만 교통난 해소에 꼭 필요한 일도 아니고, 본적지 폐지논의와 맥이 통하는 발상같아 정치냄새가 묻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대중교통 연계이용자에게 30% 정도 요금을 할인해 주겠다는 발상도, 버스업자와 지하철공사를 설득하는 난제 때문에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평일에 자가용을 세워두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주차난 해소책에 역점을 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편하도록 시스템과 시설을 갖추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평일에는 차를 세워두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자동차세와 보험료를 경감해 주어 주말에만 차를 쓰도록 유도하는 주말자동차 번호판 제도 같은 것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연동성 없이 무작정 증설하기만 해 교통의 흐름을 끊어놓는 신호체계를 정비하는 일과, 잘못된 도로표지판 개량, 교통법규 위반 및 불법주차 단속강화와 단속체계 일원화 같은 현안문제들은 혁신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2,000만대 시대가 오기 전에 운전자와 보행자들이 무엇을 불편해 하는지 잘 살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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