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제주는 그야말로 관광지로서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이름난 관광지인 제주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많은 축제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제주가 관광객이나 외부인들에게 단순히 ‘관광지’의 모습만을 보이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데도 제주도는 알아듣기 힘든 방언이나 해녀, 조랑말 같은 단편적인 이미지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주도는 당연히 스스로 역사와 문화를 인식시키는 작업이 불가피한데도 최근 제주도의 미래를 예견하는 정책들을 보면 하나같이 제주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국제자유도시’다. 국제자유도시란 쉽게말해 홍콩, 마카오와 같이 국가의 제도적 장벽을 제거해서, 외국의 사람·상품·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지역을 말한다.
감귤과 관광이 제주도에서 경제수단으로서 갈수록 힘을 잃어감에 따라, 도(道)가 위기돌파수단으로 구상한 계획이다. 이 계획은 2002년 도입단계에서 제도개선을 통해 관광자유도시를 조성하고, 2006년에는 성장·발전을 통해 비즈니스 물류·교역의 자유경제 기능을 추가하며, 2010년 성숙·정착단계에는 금융을 포함한 복합형 친환경 국제자유도시를 완성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자유도시로 잃어버릴지 모르는 제주도의 정체성과 우리 사람의 삶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그동안 제주도는 죄인들의 유배지로, 4·3항쟁의 현장으로 취급받았고 개발특별법과 수입개방에 의해 농업경제가 파탄에 이르는 등 외부에 의해 그 정체성이 자주 위협받았던 지역 중에 하나였다.
그런 위기를 우리 섬사람들은 특유의 끈기,억척스러움 등으로 이겨냈지만 이제는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져 총· 칼이 아닌 외부의 자본, 사람, 기업에 의해 다시 한번 정체성이 흔들릴 위기가 다가온 셈이다.
제주도도 한 지역이다. 전국 인구의 1%라지만 50만 이상 육박하는 사람들이 터를 잡고 있고 탐라국부터 이어져온 장구한 역사 속에 특유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존가치가 뛰어난 자연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에 우선해야 할 것은 제주를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고 외부인에게 인식시키는 작업이다. 설사 국제자유도시를 계획하더라도 제주인이 주체가 돼야 한다. 제주는 사람이 살아가는‘공동체’지 재화와 자본이 오가는‘시장’이 아니다.
/제대신문 편집장·이영윤·제주대 언론홍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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