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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열전] (5) 권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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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열전] (5) 권태원

입력
2000.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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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좋고 물 좋은 xx에 찾아 왔습니다. 이 시간만이라도 골치 아픈 일 잊어 버리시고…(징소리)” 광대 권태원(40)이 팔도 유랑에 나선다.지난해 극단 아리랑의 ‘아빠의 청춘’에서 팔도 120여곳의 장터를 누비고 다녔던 그가 내친 김에 악극 스타일의 ‘엄마의 청춘’까지 지휘한다. 1시간 20분 공연 사이사이 7명 배우의 연기 사이사이로 들어가 판을 여닫고, 재담으로 흥을 돋운다.

풍성한 덩치에다 아무데나 똬리 붙으면 제 격일 듯한 인상 덕일까, 그의 전공은 악역 아니면 질펀하게 노는 역. 특히 6·29 직후의 정치 풍자극 ‘대통령 아저씨, 그게 아니어요’에서의 권태원 판 전두환은 장안의 화제였다. 대머리에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하는 모습 등 이제는 흔해진 전씨의 흉내는 바로 그가 원조. 광주(光州) 공연때는 흥분한 관객들의 귤껍질 세례로, 공연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이후 ‘신 대왕은 죽었다’ ‘보통 고릴라’ 등 정치 풍자극의 명배우로 장안의 화제에 올랐던 당시 관련 기사를 모아 보니 스크랩으로 한 권. 덕택에 오락 주간지 선데이서울에까지 나왔던 희한한 민족극 배우다. “광대란 남이 못 하는 말을 대변, 시대의 꼭지점에 서는 사람이죠.” 독특한 배우관.

데뷔 무대부터 그러했다. 세종대 경영학과 졸업 후 기업 입사시험에 몇 번 떨어지고 들어간 임진택씨의 극단 연희단광대패가 연극의 출발점. 지금은 감독이 된 여균동과 협연했던 환경운동 마당극 ‘밥’(김지하 작)에서부터 그의 골계는 출발했다. 88년 극단 아리랑에 들어 간 그는 ‘갑오세, 가보세’‘불감증’ 등으로 밉상과 푼수를 과시했다.

특유의 캐릭터는 영화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태백산맥’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초록 물고기’ 등에서 형사, 공장장, 사장 등 감초 악역이 바로 그다. 임권택 감독의 최근작 ‘춘향뎐’에서는 응큼하면서도 희극적인 포졸로 나온다.

아내 강창민(39)은 원래 그의 열성 팬. “때로는 차비조차 없던 내게 밥과 옷을 사 준 천사죠.” 연희단광대패 시절 만난 두 사람 사이에는 초등 3학년 아들이 하나 있다.

‘엄마의 청춘’은 4월 15일~10월말까지 방방곡곡을 2~3일 만에 한번꼴로 찾아간다. 경기문화재단이 50회 공연 경비 1억 5,000만원을 지원, 구경은 무료. “부르기만 하면 달려 갑니다.” 극단 아리랑 (02)741_5332

/장병욱기자

입력시간 2000/03/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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